하루 쓰기
김세은
살아 간다는 것, 그건 결국 시간 쓰는 일이다.
나의 하루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잘 살아내고 있는가를 글 속에 녹여 보면 어떨까?
하루를 여는 새벽시간
눈이 떠진 아침 어렴풋이 희미하게 보이는 시침과 분침이 5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오늘은 어떻게 시간을 쪼개 쓸까?
책 읽고, 글 쓰고, 가족과 저녁 운동, 베란다에 핀 예쁜 꽃과의 대화, 청소, 빨래, 저녁준비 매일 별다를 것 없는 하루하루. 그 평범한 일상이 모여 우리의 삶이 되는 건데.
그냥 잡다한 일들로 무심코 흘러 보내는 시간들
“시간이야 말로 자신의 진정한 재산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혹시라도 귀한 재산을 낭비하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돈 보다 귀한 것이 시간이라는데, 돈은 다시 소유 할 수도, 잃을 수도 있지만
시간은 가버리면 다시 담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45년의 현역 일을 그만두고 얼마간, 내게 주어진 수많은 시간들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다는 황홀함과 포만감에 세상 제일 부자가 된 것 같았다.
나태의 끝판왕이 되어 게으름의 극치를 맛보기도하고 하루 시간이 모자람을 경험하기도 한다. 마음의 시간은 늘었다 줄었다 변화무쌍하다.
시간은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똑같은 시간도 굼뱅이가 기어가듯 느리게 가기도 하고 또 번개 치듯 빠르게 지나가기도 한다.
언젠가 들었던 광고 멘트가 생각나 혼자 주절거린다.
“시간은 쓰기 나름이에요!”
벌써 화요일이다.
이번 주 글쓰기 제목은 뭘로 할까?
‘시간 쓰기’, ‘하루 쓰기’, ‘생각 쓰기’? … 머리 속이 바쁘다.
새벽에 누워서 할 수 있는 일 생각나는 문장들을 깜빡하기 전에 메모장에 주워 담는다.
생각이 날 듯 말 듯 꼭 맞는 문구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하다가도 번개같이 스치는 좋은 문구가 테트리스 퍼즐 풀리 듯 시원하게 끼워 맞춰진다.
앗싸! 이거지!
누워서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습관처럼 재미난 유튜브에 빠져 있다 보니 7시가 살짝 넘었다.
팔도 아프고 눈도 피곤하다. 스트레칭으로 몸 풀고 거실로 나와 양방향으로 한바탕 훌라후프 돌리고, 꽃들에게 물을 주며 기운이 있는지 살피며 출근하는 가족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와우! 해방이다.
그리고 나의 서재(식탁)에 앉는다.
어제의 일들을 노트에 정리하고 어제 읽던 책을 조금 읽다 보니 벌써 08:00시.
이번 주 글 쓰기 과제도 해야 하고, 욕심껏 도서관에서 대여해온 책 읽어야 하고, 집안 일도 해야 하고… 뭐부터 하지?
그래, 글쓰기 숙제부터 하자
보통 토요일과 일요일엔 제목 정하고 월요일 캘리수업 후에 집에 와서 초고 쓰고 화•수•목요일 다듬고, 목요일 저녁엔 퇴고하고 인쇄하고 완성한다.
아침 식사 후 커피한잔 하고 컴퓨터와 마주 앉아 키보드를 두드린다.
새벽에 아이폰에 저장된 메모와 여기저기 개발새발 쓴 메모지를 참조하여 빼고 더하고 장구치고 북치고, 변덕을 죽 끓듯 하며 초고를 만들어 낸다.
책을 보다가 제목 관련된 좋은 문구가 눈에 띄면 또 수정하고 심지어 22장 인쇄까지 마친 후에도, 마음에 드는 단어 하나 떠오르면 기꺼이 다시 작업한다.
종이는 무지 아깝지만, 토씨 하나에도 한참을 매달릴 때가 있다.
어느 작가의 말씀처럼, “살아있음을 글쓰기로 확인한다” 그 말이 이해가 된다.
독서와 글쓰기로 생각을 채우고, 저녁에는 가족들과 운동 함께하고
캘리그라피 등 취미생활로 몸과 마음을 돌보고, 식구들을 위해 저녁 밥상을 챙기고, 꽃을 보며 기분 좋은 하루를 써 간다.
‘시간을 잘 쓴다는 건 잘 산다는 증거다. 나도 한마디 덧붙여 본다.
당신의 소중한 하루 24시간, 오늘 어떻게 쓰셨나요? 2025.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