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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풂…그거 참

by 김세은

베풂… 그거 참

김세은


우리는 가끔씩 각종 매체를 통해 울림을 주는 감동 스토리를 만난다.


어마무시한 산불로, 엄청난 지진과 홍수로 상처입고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을 위해 한 손 모르게 성금을 내고, 목숨 아끼지 않고 달려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다.

세상에는 참 훌륭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볼 때마다 내 스스로 작아지고 빚진 느낌을 들게 한다. 무임승차하는 기분이랄까!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세상에 참 드문 인간애다. 신의 마음이 아니고서야.

엄두도 못 내는 값진 일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참 아름답고 진한 감동으로 남는다.


또 남을 돕는다는 것. 단순히 금전적이 도움뿐 아니라 따뜻하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또한 베풂이 아닐까?

동물을 애뜻하게 보살피고 식물을 소중히 여기며 예쁘게 가꾸는 따뜻한 마음,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두지 않고 정성스럽게 다루는 행동까지도 베풂의 마음이 아닐까?

올바른 분리수거나 세제 등을 아끼는 마음도 환경에 대한 배려란 생각이 든다.


내 주변에 있는 지인들로 인해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1년에 한 두 번 우리들을 초대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밥 사주고, 5성급 호텔 같은 격조 있는 골프장에서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식사 비용 포함하면 1인당 30-40만원 이르는 비용까지 기꺼이 혼자 부담해주기도 한다.

잘 산다는 이유만으로 생색 한번 내는 일없이 늘 밝은 얼굴로 우리들 마음을 편안하게 가볍게 해준다.

함께 누리는 행복과 즐거움은 덤이다.

단순히 돈이 많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마음이 따뜻한 부자다.


영어 가르치는 사랑하고 멋진 후배 “언니 좋은 약 샀는데 염색 해주러 갈께” 한다. 귀찮은 일인데 마다 하지 않는다. 참 고맙다.


한 때 고객이셨던 분인데 여름 휴가 때 가족들과 2박3일 즐기라고 서산에 있는 별장(펜션) 빌려 주시며 밭에 있는 참외,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 등 따서 먹으라고 하셨다.

채소밭을 11명 가족들이 완전 초토화 시키고 왔다. 입이 참 무섭다.

돌아올 때 잘 지내다 간다고 편지와 함께 고마움을 표시했는데 나중에 다시 사무실에 찾아오셔서 고마움은 커피 한잔으로 족하다고 두고 가신다. 멋찌죠?

적지 않는 돈인데.. 그만둔 지금도 명절 때나 연초에 가끔 문자 주신다.


20년전쯤 부동산실장이 있는 사무실에 새내기 실장으로 취업했다. 얼마 되지 않아 어떤 고객이 자기집 팔아주어 고맙다고 그 실장에게 30만원, 나에게 10만원을 선물로 주셨다.

그런데 10만원짜리 수표 한장을 “같이 일하는데” 하며 내 주머니에 찌르듯 넣어준다.

형편이 아주 넉넉치 않았음에도 마음 씀이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 일로 그 실장의 면모를 알게 되었고 금새 우리는 친해졌다.

그때 신실한 친구 하나 공짜로 얻었다.

반대 입장이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어느 겨울 추위가 절정에 이른 날 아침 출근해서 문을 열었는데 부동산 사무실 앞에 한참 서성이던 어르신, 정리하고 자리에 앉을 때 까지도 바람을 맞으며 서계셨다.

“누구 기다리세요?” 여쭸더니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왔다고 하신다.

“바람이 매서운데 안에 들어와 기다리세요” 했더니 “신세 좀 지겠습니다”하신다. 10분쯤 후에 자동차가 왔다고 하시며 인사를 잊지 않으신다.

“아이쿠 내 오지랖”!


그 후 한참 지나 결혼하는 아들 전세 집 구한다고 멀리서 찾아 오셨다.

마땅한 집이 없어 구해드리지는 못했지만 사소한 친절에 대한 보상이랄까?

마음이 따뜻하고 흐뭇해졌던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다. 그 어르신 아직도 살아 계실까? 건강 하셨으면 좋겠다.


몇 십 년 이어 오고 있는 매월 꽃동네 기부, 컨선월드와이드, 월드비젼에 참여하고 있는데 잊지 않고 보내오는 생일 축하 메시지와 까만 마른 인형 같은 아이들의 천진스레 웃는 사진, 간간히 보내오는 소식지를 접하며 “나의 아주 작은 관심이 이렇게 변화를 만들어 가는구나”순간 뿌듯한 마음을 들게 한다.


우리반의 댓방 분위기 메이커 멋진 쌤! 반우들에 대해 넉넉한 마음과 베풂으로 항상 기쁨과 따뜻함으로 사랑을 주신다. 몸이 아프고 편치 않음에도….


만만치 않은 세상! 앞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요즈음, 나눔과 용기를 실천하는 사람들, 그들이 우리사회를 살맛 나게 해주고 한줄기 희망의 빛을 쏘아 보내준다.


가진 것이 없어도 작은말 한마디, 따뜻한 눈빛, 미소 한 모금 마음을 먼저 내어 베푼다면 누군가의 하루(삶)를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202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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