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
김세은
킹콩 백화점을 아시나요?
오늘은 친한 후배와 둘이서 운동하기로 약속한날이다.
오전에 스크린 1게임하고 출출해 길 건너에 있는 매운 코다리 찜이 생각나 그곳으로 갔다.
식당에 들어서자 매운 공기가 눈과 코를 자극한다. 점심시간이라 빈자리가 드물다. 4쪽으로 자른 김 깔고 밥, 코다리 살을 발라 국물에 졸여진 청량고추와 얹어 싸먹으면 행복감이 절로 난다. 정말 맵긴하다. 시골스러운 찬도 내 입맛에 딱이다.
맛난 점심 후에 우리는 킹콩백화점으로 행복을 주워 담으러 간다.
이름이 좀 괴상하죠? 커다란 기쁨을 준다고 그렇게 이름을 지었을까?
내가 사는 보라동에서 자동차로 7분 거리에 있다. 공세로 60번지다.
얼마 전 지인이 알려주어 함께 한번 가 본적 있다.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다.
처음에 갔을 때 돌로 만든 묵직한 큰 냄비 단돈 5,500원에 사와 내 주방에서
요리의 일등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한다. 진한 육수 낼 때 정말 좋다.
오늘은 무엇을 건져 올까 기대감에 발걸음도 가볍다.
1층 식품점 야채코너로 일단 가서 금방 눈에 잡히는 것부터 참외, 양배추, 양상추, 가리비 등 바구니에 담는다.
빽빽하게 층층이 진열되어있는 물건들, 바구니 속에 옹기종기 담겨있는 소품들,
립스틱 마음에 드는 컬러 고르고, 기분 좋은 착한 가격들이 눈을 사로 잡아 한참을 머물게 한다. 살까 말까 고민도 해보며 고르는 재미가 극강이다.
캘리 수업에 필요한 적당한 크기의 파레트 (약간 찌그러졌지만 견딜만하다)
딱 1개뿐이라 얼른 골라 담는다.
여기저기 선반에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간장, 식용 류, 통조림, 이름 모를 다양한 소스 종류 등, 해독이 불가능한 뭔지 모르는 물건들도 열심히 들었다 놨다 반복하며 필요한 것인지 떠 올려 보며 다시 자리에 놓기도 한다.
운동기구, 꽤 비싸 보이는 등산장비 잘 고르면 “당근마켓” 보다도 싸게 구매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명절 지난 선물set 표고버섯. 차, 육포 등도 착한 가격대로 눈길이 간다.
매일 새로운 물건들이 들어온다고 하니 자주 방문해도 좋음직하다.
층을 오르내리며 시간 죽이며 골라놓은 카트에 수북이 담긴 물품들을 들여다보고 다시 또 필요한 물건은 없는지 되돌아 가서 또 몇 분, 다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다고 신호를 보낸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계산대로 간다.
파레트 966원 립스틱 1,000원 참외5개 3,176원, “이거 1,000원 맞아요?”
이게 말이 되나? 와우 ! 돈 벌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그 외 가리비 1.5kg에 5,018원 양배추, 양상추, 숙주 2봉에 1,000원등 Total 정가 61,361원인데 38,000원 할인하고 23,361원에 종량제 봉투 20kg짜리 꽉 채웠다. 가격이 완전 미쳤다.
할인한 가격인줄 알았는데 붙어 있는 가격에서 또 30%해준다. “몇 개 더 살걸” 아쉬워한다.
돈은 분명 썼는데 돈 벌어 온 것 같은 느낌! 오늘도 립스틱 1,000원 득템의 기쁨을 만끽한다.
발견의 기쁨과 함께 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부담스럽지 않고 가성비가
짱이다.
여기다 초 특가 코너까지 있다. 한번쯤 방문해 봄직하다.
킹콩 백화점은 리퍼브(refurb) 마트라고도 하며 중고 성격과 다른, 유통 중에 단순히 포장이 파손된 제품, 쇼핑몰 재고들, 반품상품, 그리고 유통기한 임박한 제품들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 강력 추천해주고 싶은 곳이다.
짠순이 짠돌이들의 피해 갈 수 없는 필수 쇼핑 코스란다.
시간과 발 품을 팔면 파격적인 할인가로 의외의 득템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이곳에 담긴 물건들은 대개 포장이 찢기거나 조금 찌그러진 흠집, 스크래치 나거나, 하지만 먹고 사용하는데 아무 지장 없어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을 착한 가격으로 구매한다면 살림에 보탬이 되고 가볍고 즐거운 쇼핑이 되지 않을까?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길, 쇼핑백은 묵직했지만 내 발걸음은 날아 갈 듯 가벼웠다. 단지 물건만 산 것이 아니라, 즐거움도 함께 담아 온 듯한 느낌이다.
오늘 저녁 5,018원에 산 가리비 1.5kg 쪄서 초고추장에 찍어 와인 한잔 곁들여
기분 좋은 저녁 한끼 해결했다. Good!
오늘 하루 운동하고 쇼핑하고 열무김치 4kg 담고 몸은 참 고생했는데 뭔가 많은 것을 얻어 온 듯 뿌듯함 가득한 하루다
202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