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정리가 되더라
몇 년을 아프고 나니 주변 정리가 되더라
저녁 식사 후 오랜만에 커피를 마시러 갔다. 보통은 마른오징어에 시원한 맥주를 먹으러 가야 되는데 카페에 가는 것이 어쩐지 낯설었다.
' 딱 시원한 맥주가 좋은데... 아쉽네 '
커피를 마시러 간 카페는 저녁식사를 했던 곳에서 족히 20분은 걸어야 되는 거리에 있었다.
오랜 병마와 싸우다 완치되신 분과 갖는 즐거운 자리이고 좀 걷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먼 거리의 예쁜 카페를 찾아갔다.
" 여기 와 봤니? 여기 커피 맛있다. "
구경찰서 앞에 10년 된 카페는 기존에 광고 회사가 있던 자리이다. 전에는 제일 예쁜 카페였는데 요새는 다른 예쁜 카페가 참 많이 생겼다.
고소하고 쌈싸름한 커피향이 좋다.
파니니 샌드위치도 맛있는 곳이라 언젠가 일부러 찾아가 먹은 적도 있다.
" 커피 잘 만드네. 예쁘고 맛있다. "
커피를 먹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이젠 건강을 많이 회복한 모양이다. 한동안 심각한 병에 걸려서 자주 병원에 가시던 것이 기억난다.
카페에 오랜만에 왔지만 아늑하고 따뜻하다. 옆에 계신 다른 형님이 프런트에 있는 사장님에게 의자를 어디서 샀는지 묻는다.
" 사장님! 저 의자들 어디서 사셨어요? 저희 집도 저런 의자로 바꾸고 싶어서요. "
가죽으로 등받이를 만든 의자가 맘에 들었는지 눈을 반짝였다. 직접 가게 인테리어를 다 했다는 사장님은 의자를 어디서 샀는지도 자세히 알려주셨다.
사장님은 뒤편 작은 정원에 있는 예쁜 꽃나무를 가리키며 이름이 무엇인지 아냐고 묻는다.
" 이 꽃나무 이름이 뭐였는지 아세요? "
" 벚꽃나무 아닌가요? 예쁘게 생겼네요. "
사장님도 벚꽃나무인 줄 알았는데 아무리 자세히 봐도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계속해봤는데 도저히 이름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름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봄날에 참 잘 어울리는 꽃이다.
" 오늘 맛있는 것도 먹고 커피도 먹으니 좋네."
한동안 아팠던 형님은 그동안 아파서 못 먹었던 음식을 먹게 돼서 좋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커피를 마시게 된 것도 꽤 발전한 것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과 커피를 마실 수 없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
한동한 정말 죽는 것인가 싶어서 정말 마음이 그랬다고 한다.
이젠 아이들도 잘 성장해 주고 병도 완치돼서 새롭게 사는 것 같다고 한다.
" 성격이 꽤나 차분해지신 것 같아요."
아프기 전에는 약간 발랄하고 활발한 성격이었는데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다.
" 아프고 술 안먹으니까 나도 변하고 사람들도 정리가 되더라.~"
아파서 사람들과 자리가 소원해지니 그동안 점차 친했던 사람들이 정리가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지금 알고 지내는 사람들 모두 다 계속 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에게 스트레스 받는 것이 어쩌면 가장 큰일이니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은 잘 된 일인지 모른다고 한다.
글 속의 예쁜 카페는요?
목포 구기찻길에 있는 모노그램
파니니와 커피가 맛있는 예쁜 카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