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산역 1번 출구

어떨결에 추진되고 있는 떡볶이 가게

by 브래드박

" 발산역 1번 출구로 와~!, 집에 가서 옷 갈아입고 다시 나올게 "


발산역은 처음 가본 것이라 지하철 타고 하차역을 계속 확인하면서 갔다. 출장 온 송도에서 봤으면 좋았을 텐데 퇴근 시간에 밀리는 인파를 뚫고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후배님이 보자고 하니 하루동안 고생했을 것 생각해서 잔뜩 긴장한 채로 도착했다.


알려 준 데로 발산역 1번 출구로 나오니 별천지가 펼쳐졌다.


' 생각 보다 번화가네 ~! '


두리번거리며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 어디냐? 여기서 기다리면 되니? "


후배는 거의 다 왔다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한다.

발산역 1번 출구 앞에 있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잠시 있는데 지나가는 남자 두 명도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이 이야기를 한다.


" 여기 내가 생각한 곳이 아닌데 많이 발전했네. 오랜만이다.'


가만히 보니 공원 벤치에 앉거나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새의 사람들이 많이 있다.


' 목요일 밤인데 다들 어디를 그렇게 가는 거지? '


낯선 도시에 와서 가만히 혼자 앉아 있으니 화려한 상점들 불빛 아래 고립된 기분이 살짝 들었다. 잠시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후배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나에게 낯선 도시에서 갈 수 있는 나름의 맛집 삼선을 소개하면서 고르라고 했다.


" 저기 길 모퉁이 노란 차 세워진 가게가 아구찜인데 정말 맛있데, 사람들이 줄 서서 대기한다고 하네. 그리고 다음은 그 위에 있는 뼈다귀 탕집인데 거기는 내가 자주 가는데 거기도 괜찮아. 다음은 저기 1번 출구 앞에 보이는 샤브샤브 집인데 가격도 괜찮고 맛도 좋아서 주말에 자주가."


후배가 나름 고심하는 흔적들이 보였다. 사실 아무거나 먹어도 후배와 소주, 맥주만 있으면 다 맛있을 것 같은데 처음 자기 집 근처에 온 거라 많은 생각을 했나 보다.


' 그렇게 부담 주고 싶지는 않았는데... '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첫 번째로 말한 바로 앞 아구찜 집으로 갔다. 역시나 유명한 곳인지 가게 앞 천막 같은 곳에서 대기를 해야 했다.


천만 빅데이터 맛집

생각보다 대기 시간이 길지 않아서 나름 금방 들어가서 주방 앞 테이블에 앉았다. 가자마자 아구찜 2인분을 시켰다.


그리고 소주와 맥주를 시켜서 간단히 소맥을 말아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남자 둘이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겠냐만은 잠시 후에 나온 아구찜을 반도 못 먹을 정도로 이야기 삼매경에 빠졌다.


후배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자 하니 도저히 아구찜에 젓가락을 가져갈 수가 없었다.


" 얼마 전 지원한 그 대기업 현장 관리자 경력직, 떨어졌다는 전화를 받았어. "


최근에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하고 싶어서 대기업 경력직에 지원을 했는데 탈락했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회사에서 떨어진 사유를 궁색하게 말한 것 같다.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회사 측에서 이미 정해놓은 인재가 있어서 서류 전형에서 떨어뜨린다고 했다고 한다.


' 차라리 아무 말하지 말고 떨어뜨리지 그런 말을 왜 하는 거야?, 오늘 술 많이 먹게 생겼네.'


후배 본인은 기분 안 좋은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에 갈 걱정을 한다. 그러다 안 되면 발산역 앞에서 숙소를 잡아 자고 갈 생각을 했다.


' 오늘 이 한 몸 불사러서 위로해 보자.'


정작 본인은 바라지도 않은 위로를 후배를 나름 생각해서 오늘 술을 먹어야 하는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냈다.

아구찜의 두툼한 살을 하나 집어서 먹고 있는데 후배가 일전에 말했던 떡볶이 가게 오픈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 난 형이 떡볶이 가게 하면 좋겠어. 그러면 퇴근하고 항상 거기 있을 것 같아. "


정작 본인이 떡볶이 전문가인데 나 같은 초보자가 떡볶이 가게를 열면 온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갑자기 시어머니 한 명이 생긴 기분이었다. 이 녀석은 워낙에 꼼꼼해서 떡볶이에 관해서는 머리가 터져 버릴지도 모른다.


" 언젠가 하기는 해야지. 떡볶이 가게 하면 지나가는 애들한테 조금씩 나눠주면 좋은 것 같아. "


더 이야기하면 진짜 다음에 떡볶이 가게를 열어야 될 것 같아서 반이나 남은 아구찜을 각자 그릇에 덜고 볶음밥을 빨리 볶아달라고 했다.


의도와 다르게 그 뒤에 이어진 2차, 3차에서도 틈틈이 떡볶이 가게 콘셉트를 완성해 갔다.


글 속 사진의 식당은?


서울 강서구 발산역 광주똑순이 아구찜

아구찜 위에 아구내장이 살포시 올라간 것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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