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흉내

다시 어려지는 마법 같은 말 ' 어른 흉내 '

by 브래드박

오랜만에 대학 때 항상 뭉쳐 다니고 누가 주인인지도 모르는 자취방에서 함께 뒹굴던 대학 친구들을 만나러 인천 영종도에 갔다.


집에서 새벽 두 시에 출발하니 경기도 화성의 송산포도휴게소에 6시쯤 도착했다. 중간에 휴게소에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음식이 있는행담도휴게소가 있지만 어쩐지 '송산포도휴게소'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항상 여길 들린다.

송산포도휴게소 귀신반점의 귀신짬뽕

휴게소 내부 음식점들이 때마침 장사를 시작해서 이른 새벽에 밥을 먹을 수 있었다. 한식도 있었지만 왠지 속을 시원하게 해 주고 잠도 깰 것 같은 짬뽕을 선택했다.


그런데 아침부터 짬뽕이름이 오묘하다.

귀신반점의 귀신짬뽕


이름이 좀 괴상스러웠지만 오징어와 콩나물, 양배추가 많이 들어간 짬뽕은 국물이 시원하고 맛있었다.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옆에 음식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잘 먹는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전에도 혼자 밥 먹는 것이 어쩐지 쑥스러웠고 지금도 혼자 밥 먹는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젠 해 볼만하다.

별것 아닌 혼자 밥 먹기를 통해 성장해 가는 소소한 느낌이 든다.

영종도 구읍뱃터

영종도 구입뱃터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한 녀석은 먼저 와 있다는데 도대체 어디 숨어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다른 한 녀석은 어제도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술에 취해서 오후까지 자다가 일산에서 택시를 타고 서둘러 넘어오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도 예전에 그랬듯이 빨리 오고 늦게 오고 하는 것이 확실하다. 변함이 없다.


그래도 전부 거구들이라 몇 번 두리번거렸더니 먼발치에 있는 녀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영종도 구읍뱃터에 있는 식당은 잘 모르기 때문에 두리뭉실한 성격의 세명은 정처 없이 길가를 떠돌다가 발길 닿는 식당에 들어갔다. 그 식당에 들어간 이유는 하나다. 구읍뱃터 맨 끝에 있는 식당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연히 들어간 횟집의 음식이 괜찮았다. 뭐가 그리 푸짐하게 나오는지 한상 가득하다 못해 넘쳐서 음식을 옆테이블에 놓아야 할 지경이었다.


" 어이, 친구들 어른 흉내 한번 내볼까? "

일산에서 택시 타고 온 친구가 건배하자며 한마디 했다.


"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가자 이거지?"

나이는 같지만 재수해서 들어왔다고 아직까지 우리를 형이라 부르는 가여운 친구가 또 한마디 거들었다.


순간 몸에서 기운이 솟는 것이 느껴졌다. 별것 없는 친구들의 한마디에 다시 어려진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날 야무지게 어른흉내를 내며 새벽 4시까지 술집을 전전했다.


다음 날 일어나서 다시는 ' 어른 흉내 ' 내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영종도 구으팻터 횟집 영종섬
영종섬의 밑반찬

글 속 식당 소개

1번. 짬뽕: 송산포도휴게소 귀신반점 귀신짬뽕

2번. 회: 인천 중구 영종도 구읍뱃터 영종섬

( 횟집 이름이 영종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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