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이유
제주도의 사소한 쑥전이 여행을 따뜻하게 하다.
by
브래드박
Apr 12. 2023
제주도 한립읍 협재해수욕장의 거친 바다
얼마 전부터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제주도 해변 바다에 들어가서 물놀이를 해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렵게 시간을 내서 오랜만에 제주도 한림읍 협재해수욕장에 갔다.
제주도 도착할 때부터 바람이 거칠게 불더니 협재해수욕장에도 거친 파도가 일고 있었다. 특별히 무엇을 하려던 것이 아니고 그냥 바다 물놀이가 하고 싶어서 간 것인데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주변을 둘러봐도 딱히 할 일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협재해수욕장 바다만 멍하니 보다 발길을 돌렸다.
사실 수영을 잘 못하기 때문에 바다에 쉽게 들어가기 어렵다. 아주 잔잔하고 평온한 바다를 생각하고 왔는데 바다가 거칠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어쩌면 제주도 바다에서 수영을 하겠다는 것은 제주도에 오기 위한 단순한 이유였던 것 같다.
어찌됐든 배꼽시계가 정확히 점신시간을 알려 왔다. 협재해수욕장 앞에는 딱히 먹을만한 곳이 보이지 않아서 아예 한림읍 한림항까지 다시 돌아가려는 순간 도로변 아래에 있는 가정집 같은 곳에 '고기국수'가 보였다.
작은 제주도 가정집을 개조한 식당의 음식이 궁금해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더 좁았다. 그래도 방도 있고 테이블도
몇개 있었다.
안쪽 테이블을 안내 받고 앉아 있는데 잠시 마당 구경 다녀온 형님이 마당에 있는 테이블에 가자고 했다.
듬들의 중정 같은 마당
나름 매력적인 제주도집의 마당
마당에 빨간 파라솔이 꽂아진 테이블이 두개 있었다. 그리고 입구 처마 아래에도 테이블이 있었다.
" 오호! 진짜 제주도 집의 마당에 놀러온 것이 처음이야."
마당에 귀여운 강아지도 사람이 반가웠는지 계속 꼬리를 흔들어대며 우리를 쳐다봤다. 일단 고기국수와 제주감귤막걸리를 시켜놓고 한적한 마당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식당으로 개조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마당은 수리가 필요한 곳이 여러 군데 보였다. 그래도 마당에 잔디도 깔려있고 한쪽에 예쁜 꽃 한송이가 피어있는 것이 그저 이집 주인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이 정도 크기의 집을 사서 제주도로 이사 오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고기국수 나오기 전에 제주 감귤 막걸리가 나와서 시원하게 한잔 했다. 날도 따뜻하고 아늑한 마당이 있으니 막걸리를 먹으니까 전 생각이 간절해졌다.
" 막걸리는 전이 필요한데.. 딱 이런 마당에서 전을 먹어야 기가 막힌데 아쉽다. "
식당에서 전을 팔지 않는 것을 좀 아쉬워하는 말을 하며 같이 나온 고기국수와 같이 막걸리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 저기요 우리 집 앞에서 캔 쑥으로 저희 끼리 먹으려고 그냥 부쳤는데 맛은 없지만 좀 드셔 보시겠어요?"
식당 사장님이 마당에서 우리끼리 하는 말을 부엌 창문 너머로 들었는지 본인들이 드시려고 했던 쑥전을 내오셨다. 전을 보자마자 너무 반가웠고 본인들이 먹으려했던 것을 가게에 처음 온 손님들에게 내주는 사장님이 너무 감사했다.
제주도 여행 다니면서 처음으로 느낀 따뜻한 정이었다. 이런 사소한 이유로 갑자기 제주도 여행이 즐거워졌다.
정말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앞으로 제주도하면 계속 생각날 일이다. 기회만 된다면 이런 사소한 배품을 나눠야 겠다.
쑥전은 부꾸미처럼 찰지고 쑥향이 그윽한 봄의 향기를 가득 머금고 있엇다.
쑥향 기득한 쑥전과 제주도 순대
글속 음식들을 만든 식당 정보
듬돌 ( 고기국수와 국밥 전문점 )
위치: 제주도 협재해수욕장 근처 골목(도로에서 간판 보임)
듬돌 고기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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