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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슨생 Jun 13. 2022

영재를 기를 것인가? 값 비싼 노예를 만들 것인가?

오징어 게임 같은 우리 교육

 연일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화제였던 시기가 있었다. 어린 시절 동네 게임을 상기시켜주는 것과 동시에 흥미진진한  전개로 보는 이들이 시선을   없게 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오징어 게임 드라마가 중요하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따로 있다. “우리는 당신들의 () 아니잖아.”라며 부르짖는 주인공의 절규 속에 맺힌 인간의 목숨에 차등을 두고 있는 사회 풍조에 대한 고발이다. 죽어도 상관없는 사람들 따로 있고,  광경을 즐기는 사람 따로 있는 상황 설정을 통해 드라마는 말한다.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는 어쩌면 허상이고 실제 우리 사회는 자본 권력에 의해 돌아가고 있음.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보며 느꼈던 우리 사회의 뼈아픈 현실에 대한 자각을 뜻밖에도 작년 여름, 영재교육 담당교원 기초과정 직무연수를 통해서도 느낄  있었다.

 60시간이 넘는 긴 연수과정이지만 국내의 유명 석학들이 강사진으로 포진하였고 동 시간에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생각을 공유하여 많은 배움이 왕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연수 이전부터 설레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연수 시작 이후 강의 내용도 기대만큼 좋았다. 그런데 함께 연수를 듣는 몇몇 선생님들 중에서 연수하는 강사에게 “선생님. 그거 시험에 나오는 거예요?”식의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었다. 연수를 진행하는 강사들 중에서도 “이 부분이 시험에 나옵니다.”라고 강조하는 분들이 꽤 많았다. 연수 과정에 대한 평가를 하러 영재교육 진흥원에 갔을 때에도 시험 진행 요원들이 시험에 응시하는 교사들을 필요 이상으로 깐깐하고 타이트하게 감독하는 것이 아닌가. 연수 참여자나 진행자들 모두 평가에 목숨을 건다는 생각에 ‘다들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문은 ‘연수성적이 공립학교 선생님들 인사고과에 반영된다.’는 것을 알려준 공립학교 교사 친구의 답을 듣고 나서야 해결되었다. 영재교육 관련 연수를 듣는 궁극적 이유가 승진을 위해서였다니. 그렇다면 나 같은 사립학교 교사의 역할은 등수를 채워주는 말(馬)에 지나지 않았던 것인가?   

 영재교육은 그 설립 취지에 따르면 교육행위 자체가 ‘목적’이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영재교육을 진행하는 영재교육 담당 교원들이 영재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배우는 학습 행위를 인사고과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해버린다면 그들에게 배우는 영재학급 학생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솔직히 필자가 속한 고등학교에서도 영재학급을 운영한다 하니 “그러면 의대 및 치대 진학률 올라가겠네요.”라고 말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꽤 많았다. 영재학급 활동 내용은 생활기록부 기재도 할 수 없음을 밝혔지만 혹시나 본인의 진학에 도움 되리라는 기대심리로 영재학급 선발 시험에 지원한 학생들도 있었다. 만약 그들의 의도대로 명문대 진학이라는 목표 하에 영재학급을 운영한다면 영재학급은 값 비싼 사설 학원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사실 우리나라의 초・중등교육 활동이 진학을 위한 수단으로써의 가치만 강조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당장 고교생들과 진행하는 과학수업에서 시험과 무관한 내용이 다뤄진다 싶으면 학생들은 여지없이 “선생님 그거 시험에 나오는 것 맞아요?”라는 질문공세를 해 댄다. 비교과 활동을 진행할 때에도 “이 활동 잘하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나요?”라는 질문부터 하는 학생들이 많다. 지금은 좀 덜하지만, 각급 학교들이 가급적 많은 수의 교내 경시대회를 열어 학생들에게 가능한 많은 양의 수상실적을 안겨주기 위해 혈안인 시절도 있었다. 학교와 학생을 위해 입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입시를 위해 학교와 학생이 존재하는 상황이랄까?    학생들에게 “시험을 잘 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이니?” 물어보면 좋은 대학에 진학하여 고소득의 안정된 직장을 얻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과학고나 외국어고 같은 특목고에 진학하는 학생들 및 그 학생의 부모님들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의식이 만연하는 한,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행해지는 학습활동의 목적은 다음과 같이 귀결될 우려가 있다. 「오징어 게임과 같은 제로섬 룰이 통용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끝까지 살아남기.」 또는 「돈을 확실히 벌 수 있는 강력한 아이템을 획득하기.」 영재학급 운영마저도 입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는 생각으로 운영된다면 영재교육은 자본주의 현실에서 돈을 잘 벌기 위한 무기 장착의 수단이 될 수밖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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