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같은 마음
신학기 첫 시간에 나를 기다리는 우리 반 학생들에게 짠~하고 나타나기 직전. 소개팅할 여자를 만나기 1분 전. 그리고 누군가에게 읽힐 글의 첫 문장을 써 내려갈 때의 감정. '처음'이란 단어에는 설렘과 긴장의 의미가 항상 내포되어 있다.
제주에 처음 간 건 2016년 겨울이었다. 어떤 아픔을 잊기 위해 즉흥적으로 결정하여 처음 제주를 접했다. 잊기 위한, 그리고 기분 전환이 절실했던 여행이었기에 첫 제주행에 설렘의 감정은 없었다.
그 뒤로 제주에 대략 열 번은 더 갔다. 그리고 오늘도 난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하지만 2016년에 처음으로 제주를 갈 때 보다 더욱 설렌다.
2016년과 2024년 사이, 난 결혼을 했고 아이 둘을 낳았다. 학교에서는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도 받았다. 그리하여 결심한 휴직. 공식적으로 내 인생에 내가 '처음'으로 휴가를 부여한 셈이다.
언제나 그랬듯 이번 제주행을 통해서도 별 남는 건 없을 것이다. 맛난 것 먹고, 책 읽고, 뛰기. 그러다 보면 다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 있겠지.
그래도 '처음'이란 단어를 새삼스레 느껴보는 오늘 일정 덕분에 지난밤 한숨도 자질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