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T 죄송
졸업을 축하하며 몇 마디 사족을 붙입니다.
우선, 치열하게 공부하세요.
소년은 쉽게 늙어가고 학문은 점차 익히기 어려워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에서 뇌가 가장 싱싱할 때 수능과 내신 공부를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을 겁니다.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여 지식을 완전하게 하는 격물치지(格物致知)의 경험을 아직 못했다면 학문의 전당 대학에서라도 반드시 이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저보다 훨씬 젊은 그대들이 저는 정말 부럽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스무 살이 넘어가면서 새로 생기는 뇌세포 보다 없어지는 뇌세포의 수가 더 늘어나게 됩니다. 대학에 합격했거나 입사 시험에 합격했다 하여 공부를 더 하지 않는다면 뇌는 쉽게 퇴화될 것이고 겉보기는 20대라도 속은 사고의 유연성 따윈 없는 꼰대 같은 노인이 될지도 몰라요. 몸과 머리는 쓰면 쓸수록 더욱 발전한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입니다. 뇌의 노화를 보완하는 유일한 방법은 머릿속에서 소실되는 데이터양보다 새롭게 받아들이는 데이터양을 늘리는 것뿐입니다.
‘나는 최근 1주일 안에 새롭게 알게 된 지식 또는 깨달음이 무엇인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 질문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하고만 어울리지 마세요. 그리고 사랑하세요.
인간은 생존 및 안전의 본능이 있기 때문에 대화할 때도 자기 생각과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들과만 어울리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늘 같은 생각 속에서 같은 말만 나누는 사람들하고만 시간을 보내면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공부의 큰 목적 중의 하나는 자기 객관화입니다. 내가 어떤 인간인지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자주 대화하며 상대에게 비친 내 모습을 내가 관찰하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우스갯소리로 저는 졸업하고 다시 찾아올 거라는 친구들에게 항상 “그럴 시간이 있으면 이성 교제를 한 건이라도 더 해라.”라고 조언합니다. 사랑이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능동적인 ‘활동’입니다. 그리고 능동적인 사랑을 하는 과정에선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단계가 반드시 동반됩니다. 제 경험으론 진정한 사랑의 경험만큼 자기 객관화를 강하게 유도하는 것이 없더라고요. 사랑하는 행위를 통해 자기 객관화도 경험할 것이고, 많이 ‘갖고’ 있는 자가 부자가 아니라 많이 ‘주는’ 자가 부자라는 사실도 깨달을 것이라 믿습니다.
반드시 투표하세요. 꼭 투표하세요.
대통령, 국회의원, 시장, 시의원, 구의원 등등 앞으로 여러분들의 소중한 참정권에 의해 선출되어 이 나라와 지역 사회를 운영할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선거 때마다 혹여 ‘아무나 뽑아도 상관없어.’라고 하거나 ‘나 하나 투표 참여 안 해도 상관없겠지.’라는 식의 생각이 앞서다 보면 가장 최악의 인간에 의해 통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2024년 12월 3일의 계엄령을 다들 기억하죠?
선거철이 되면 기성세대들은 젊은 그대들에게 ‘청년 위주의 정책’이라는 공약을 내 걸며 특정 정당의 특정인을 선택해 달라 읍소할 것입니다. 하지만 ‘청년 정책’ 같은 것은 애당초 뜬구름 잡는 소리입니다. 선거의 향방을 가르는 젊은 중도층을 잡기 위한 빛 좋은 개살구죠. 선거가 끝나면 그들은 다시 무한 경쟁 사회의 챗바퀴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청년들을 루저라고 욕하기 바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기존의 정치인들이 국민 무서운 줄 알게 됩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동분서주하게 해야만 세상이 변합니다. 위정자들이 국민의 눈치를 보면서 국민의 욕망이 무엇인지를 읽게 하려면 우리가 지켜보고 있음을 그들이 똑똑히 알게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 방법이 높은 투표 참여율이고요. 정치에 신물이 나더라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만 이 사회의 무한 경쟁 구도가 완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중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반드시 진화되게 되어 있습니다. 인생에서 큰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부모님이나 다른 어른들에게 굳이 조언 구하려 하지 마세요. 본인의 판단을 믿고 선택한 길을 용기 있게 나아가세요. 그래서 실패한다 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거기서 새로운 성장의 변곡점이 시작되거든요.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의 부모님 세대보다 더 행복하고 더욱 자신 있는 삶을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ps. 행여나 이 글을 보게 될 2022년 1학년 2반, 2023년 2학년 8반 친구들이 있다면 마지막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2024년 초반에 함께 하지 못하여 미안했습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건강하길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