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싸움

by 성심


나는 아내와 하고 있는 것들이 전부 처음이다. 첫사랑, 첫 데이트, 첫 다툼, 첫 입맞춤. 남녀 간의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은 나에게 처음이기에 항상 새롭고, 설레고, 어려웠다. 스물한 살에 시작된 우리의 뮤지컬은 1막엔 뜨겁고 차가웠다. 이 막의 온도는 10년 동안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 뻔한 온도에 도달했다. 이제는 제2막. 결혼이라는 새로운 커튼이 열리니 그 무대는 지금까지의 연애와는 전혀 다른 무대였다. 연애는 마치 화려하지만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불안한 오로라면, 결혼은 투박한 모습을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깎아 멋진 모습을 만드는 주상절리 같다. 바람과 파도는 1막보다 더 거세지만 이는 분명 절경을 위한 역경이니 담담히 받아들이고 싶으나, 언제나 처음은 힘든 법인 것 같다.


어제 처음으로 부부싸움을 했다. 싸움이라기도 하기도 어렵다. 나의 일방적인 화냄이었다. 그간 쌓여왔던 스트레스, 불만 등이 작은 휴대폰에 큰 목소리로 뿜어져 나왔다. 나에게 어째서 작은 휴식도 허락하지 않냐고. 아내는 침묵으로 답을 했다. 답을 하면 화만 더 돋울까 걱정하여 묵묵부답으로 나의 기분을 잠시라도 달래주려는 아내의 현명함이었으리라. 그럼에도 나의 분은 가시지 않았다. 쉬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 차 일단 눈을 감았다. 밖은 보이지 않고 나의 마음은 점점 투명하게 보인다. 사실 지쳤었다고. 알아주길 바랬다고.


불편한 마음을 안고 성당에 갔다. 언제나 그렇듯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에 여전히 아내는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아내와 마주치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두 주인공은 대사를 까먹은 듯 말이 없었다.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장소에는 어색한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대사를 까먹은 민망함에 후다닥 무대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어두운 향기가 자욱하게 깔려있어 집 가는 길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결국 가는 길에 참아왔던 분노가 터졌다. 그 바람에 아내는 울음을 터트렸다. 늦은 시각 집에 들어와 나는 저녁을 먹기 위해 씻고, 아내는 식탁에 갖은 반찬을 올리고 있다. 씻고 나와 그 모습을 가만 보고 있었다. 훌쩍이고 있다. 반찬을 한 가지씩 올려놓는다. 아내는 그간의 감정들을 반찬에 하나씩 내비치고 있는 듯했다. 밥에는 미안함, 국에는 서운함, 김치에는 사랑, 샐러드에는 배려. 준비를 다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뜻 앉아 먹을 수 없었다. 나 또한 그런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서로 부둥켜안고 미안하다며 오랜 시간 머물러 있었다. 두 배우는 나란히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밥과 국은 그 온기를 잃었다. 그러나 김치는 오늘따라 더 달았다.


그 사랑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없어도


모든 것 이겨낸 완전한 사랑


새 희망 주네.


-우리 사랑 안에 하느님 사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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