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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센티 Jun 08. 2022

매일의  동화 18

주머니 괴물

요즘 주머니 괴물 모으는 게 유행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인기가 좋지 않았는데 인기 너튜부채널에 나오더니 난리가 났다.

나도 그랬다.  처음에는 별 관심 없었다. 

 우연히 주머니 괴물이 보여  얼른 잡아 주머니에 넣었는데 그게 하필 희귀한 것이었다. 친구들의 관심이 나에게 쏟아졌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신이 났다.

난 그리 인기 있는 아이가 아니었는데 그날만큼은 최고였으니까! 너튜부를 하는 친구가 내 주머니 괴물을 찍어 영상으로 올렸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도 주머니 괴물을 모으는 헌터가 되었다. 보이는 족족 잡아서 주머니에 넣었다. 친구들과 비교도 하고 중복되는  괴물은 서로 교환도 했다. 

주머니 괴물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주머니 괴물을 모으는 사람들도 더 많아졌다.  점점 잡기가 힘들어졌다.

주머니 괴물이 나오는 곳에서 하루 종일 보초를 서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러다 혼나기도 하고 다른 애들하고 싸움이 기도 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주머니 괴물을 잡는 순간만큼은 내가 최고가 되고 그 어떤 걱정과 고민도 사라졌으니까!

하루는 주머니 괴물을 잡다가 학원시간을 놓쳐버렸다.

엄마가 난리가 났다.

엄마는 내 주머니 괴물을 다 버리거나 옆집 동생에게 줘버린다고 하였다.

"엄마 공부 더 열심히 할게. 수학학원도 싫다고 안 하고 잘 다닐게. 제발..."

나는 울다시피 빌었다. 엄마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휴, 이번 한 번만 넘어가는 거야. 잘해!"

나는 보란 듯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척을 했다.

그리고 더 열심히 주머니 괴물을 모았다. 웬만한 건 다 모았는데 레전드 희귀 템 2개를 모으지 못했다.

뒤늦게 헌터가 된 친구들이 점점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덩달아 나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들어갔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레젼드 희귀 템들이 새벽에  은비공원에 나타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밤에 엄마 아빠가 자는 틈에 몰래 나와  비 공원으로 향했다.

구석 벤치에  앉아 조용히 새벽이 새벽이 되기를 기다렸다. 풀벌레 소리가 나고 길고양이 소리가 날 때마다 등줄기가 서늘해졌지만 참을만했다. 곧 레전드 희귀 템을 만날 건데  무서움 따위는 이길 수 있었다. 미리 너튜부에서 봤던 레전드 희귀 템의 생김새와 특징을 머릿속으로 여러 번 그렸다.

어둠이 지나가고 있었다.  막 새벽하늘이 밝아올 때 그 녀석이 보였다!

황금빛의  긴 꼬리가 달린 주머니 괴물! 그 녀석은 목련나무 위에 작은 몸을 빛내며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난 그 녀석을 잡기 위해 조심스럽고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손을 뻗는 순간 누군가 내 어깨를 밀치더니 주머니 괴물을 낚아채 갔다. 

눈 깜짝할 사이였다!

"안돼!"

  그 헌터를 쫓아갔지만  잡을 수 없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그 헌터는 빠르게 공원을 빠져나갔다.

허무했다. 밤을 새웠는데...눈앞에서 놓친 주머니 괴물이 아른거렸다.

그 헌터는 지금쯤 엄청 신났겠지?


집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엄마가 나를 깨웠다.

"윤찬아, 일어나! 학교 가야지."

잠을 얼마 못 자서  인지 많이 피곤했다. 새벽의 일들이 후회가 됐다.

'어차피 못 잡을 거 잠이나 잘걸...'

"윤찬아 이것 봐!"

엄마가 들뜬 목소리로 내 앞에 무언가를 내밀었다.

맙소사! 그건 내가  놓쳐버린 레전드 희귀 템 주머니 괴물이었다.

"그거 어디서 났어?"

"어디서 나긴, 엄마가 잡았지! 어때? 대단하지?"

엄마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엄마의 주머니였다. 엄마의 주머니는  불룩한 체 이리저리 꿈틀대고 있었다.

" 많이 모았지? 호호호, 이거 모으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제 몇 개만 더 모으면 돼."

엄마는 무척 신나 보였다.

말문이 막혔다.

"밥 먹자, 얼른 학교 가야지."

정신을 차리고 식탁에 앉았다. 스마트폰을 보던 아빠가 갑자기 헐레벌떡 현관으로 향했다.

"윤찬 아빠, 갑자기 어디 가는 거야?"

엄마가 아빠를 불러 세웠다.

"마트에 그 녀석이... 아니다. 어디 좀 들렀다 가려고. 나 갈게!"

급하게 나서는 아빠의 주머니가 불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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