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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센티 Jul 06. 2022

한 뼘 동화 5

욕심의 욕심

~잉 잉~잉~~

나는 모기, 좁은 틈새를 비집고 겨우 이 집으로 들어왔다. 집안은  먹잇감들로 풍성했다. 신나게 뛰어다니는 형제들과 땀 흘리며  쫓아다니는 엄마, 며칠 째 씻는 걸 잊은듯한 아빠까지.

내가 딱 원하는 집이다. 나는 구석에 숨어 때가 되기를 기다렸다.

밤 10시가 되자 드디어 형제들과 엄마가 방으로 들어갔다. 아빠는 소파에 누워 티브이를 보다 바로 코를 골았다. 아이들의 신선한 피가 더 탐났지만 방에서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아빠를 공략하기로 했다.

찬찬히 아빠 주변에서 움직였다. 얼굴? 지독한 담배 냄새가 난다. 그거 발꼬랑 내 못지않다. 손은 위험하다. 무의식 중에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압사당할 수 있다. 다리는 털이 많아서 착지하기 별로다. 빈틈이 보였다. 올라간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배! 적당히 살이 오르고 부드럽기까지 했다.

나는 빠르고 가볍게 배를 공략했다. 꿀꺽꿀꺽!

피는 피곤에 절었지만 먹을 만했다.

배가 찼지만 아쉬웠다. 아이들의 신선한 피가 너무 먹고 싶었다.

유충일 때 엄마가 이런 당부를 했었다.

"뭐든 적당히 먹어야 한다. 욕심을 부리다간 큰코다칠 거야!"

하지만 어쩌랴. 난 모기인데.

나는 조용해진 방으로 살며시 들어갔다.

아이들과 엄마는 곯아떨어졌다. 만세를 부르며 자고 있는 첫째의 통통한 볼을 물었다. 팔딱팔딱 신선한 피가 느껴졌다. 그런데 이 녀석이 간지러움을 느꼈는지 얼굴은 손으로 긁으려고 했다. 재빨리 몸을 피해 엄마 곁에 웅크리고 자고 있는 동생의 종아리를 물었다. 막  피를 빠는데 다리를 심하게 움직였다. 자면서도 달리는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천장에 붙어 휴식을 취했다. 배는 불렀지만 이대로 갈 수 없다. 나는 마지막으로 엄마의 목을 향해 날아갔다. 그때였다.

"퍽!"

소리와 함께...


불이 켜지고 엄마가 손바닥을 살폈다.

"아휴, 겨우 잡았네. 세상에 피 좀 봐! 적당히  먹고 사라질 것이지."

엄마는 혀를 끌끌 차며 휴지로 손바닥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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