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왜 나는 안되는데? 나도 할 수 있다고!"
우영이는 삼촌에게 크게 소리쳤다.
"네가? 넌 안된다니까. 아직 어린애잖아. 난 어른이고."
삼촌은 눈 하나 깜짝 않고 말했다.
"흥, 삼촌이랑 나랑 별 차이도 없으면서. 똑같이 밥 먹고, 똑같이 자고 그런 거지."
우영이의 눈엔 자신감이 넘쳤다.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밀리면 저 귀엽고 작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강아지를 삼촌한테 뺏길지도 모른다.
"허허, 그래? 너 볼펜 써 연필 써?"
"나? 연필 쓰지. 그게 왜?"
"연필 하고 볼펜의 차이가 뭐야?"
"지워지는 거랑 안 지워지는 거. 그 정도는 기본이지."
삼촌이 피식 웃었다.
"봐. 너는 애라서 연필 쓰니까 틀려도 괜찮아. 하지만 난 어른이라 볼펜 쓰거든. 틀리면 고칠 수도 없어. 그만큼 책임감이 따른다는 거야."
"그게 강아지 키우는 거랑 뭔 상관인데! 나도 내 할 일은 한다고."
"너 잘 때 어떻게 자? 이불 걷어차고 자지?"
"그건 또 왜?"
"봐, 이 삼촌은 이불을 꼭 덮고 잔 단말이야. 이불이 바로 삶의 무게거든. 애들은 맘 놓고 걷어차도 되지만 어른들은 그러지 못하거든."
우영이는 기가 막혔다.
"이불이랑 강아지랑 무슨 상관인데!"
우영이가 화를 내도 삼촌은 아랑곳하지 않고 흰둥이를 번쩍 들어 얼굴을 비볐다.
"에구, 귀여워! 흰둥아 삼촌이랑 살자. 저 어린애는 너 못 키워."
"으앙!"
우영이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때, 할머니가 나타나 삼촌품에 안겨있는 흰둥이를 휙 뺏어 안았다.
"어이구, 다 큰 성인이 애랑 싸우기나 하고. 둘 다 그만둬! 흰둥이는 나랑 살기로 했으니까 아무 소리 말아."
할머니가 흰둥이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흰둥이는 꼬리를 흔들며 할머니 품에 안겼다.
우영이랑 삼촌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