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와이프와 함께 본 박신양, 최진실 주연의 영화 “편지”를 보면서 그동안 흘리지 못했던 눈물을 흘립니다.
작년(2024년) 1월 중순의 어느 날 아침 출장을 준비하던 중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CT 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니 최대한 빨리 CT를 한번 더 촬영하자고 합니다.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면서, 출장은 어떻게 하지? 출장을 다녀와서 CT를 찍을까? 여러 생각이 교차하면서 의사 선생님께 여쭈어 봤습니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출장인데, 다녀와서 검사를 해도 되는지와 그러면서도 머릿속은 암이구나 하는 생각이 마음속 깊이 무겁게 스며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질문을 했습니다. 혹시 암이냐고? 답변은 미안하지만 그런 것 같다고 했습니다.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냥 바로 찍을 테니 어떻게 하면 되는지 여쭈어 보았고, 촬영 오더를 할 테니 바로 가서 찍으라고 합니다. 이후로 비행기도 취소하고, 호텔도 취소하고, 병원에 연락하여 CT촬영 도 바로 하였습니다.
2차 CT촬영 후 이번에는 PET CT를 찍고, 골수 검사도 바로 하였습니다. 진단명은 Follicular Lymphoma, 혈액 암입니다. 암은 골수에도 몸의 다른 장기에도 퍼져 4기라고 합니다. 다행히 진행 속도는 빠르지 않기 때문에 A, 즉 “4기 A”암이라는 판단을 채 한 달이 안 돼 받게 되었습니다.
암 확정 후 제일 먼저 생각났던 영화가 박신양 주연의 편지였습니다. 나도 죽나? 그럼 남은 가족들한테는 어떻게 해야 지… 내가 울면 나머지 가족들이 더 슬플 것 같아 눈물도 흘리지 못했습니다. 처음 복부에 덩어리가 만져졌을 때부터, 덩어리는 계속 커져갔고 머릿속으로 암 일거라는 생각을 몇 달 동안 했기에, 실제 암이라는 결과를 들었을 때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나보다는 가족들을 생각하다 보니 울음을 참아야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다행히 암 전문 담당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제가 걸린 혈액암은 치료만 받으면 예후가 좋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듣고 많은 위로가 되였었습니다.
암 선고를 받은 작년 2월은 결혼 25주년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전부터 와이프와 함께 오로라와 겨울 풍경을 즐기기 위하여 스웨덴 북쪽 도시인 Kiruna에 있는 ICE호텔과 수도인 스톡홀름을 암 치료 전에 다녀왔습니다.
4차에 걸친 항암 치료는 참외 사이즈만큼 커져 있던 암들의 사이즈를 줄일 수 있었고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하여, 작년 말까지 일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하지만, 너무 무심했던 것인지, 주의를 하지 않았던 것인지, 다시 복부에 팽만감과 함께 암이 커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국 12월에 다시 촬영한 PET CT결과 암이 다시 활성화되어, 이제는 더 강한 암 치료를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흔히 말로 듣던, 재발 혹은 다시 활발하게 암이 커지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현 상태에서는 최대한 빨리 항암 치료(chemotherapy)가 필요하고, 회사도 휴직을 하라고 들었습니다.
제 나이 50대, 대략 6개월에 걸친 항암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제야 1년 동안 참았던 눈물도 흘렀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예전에 봤던 박신양 주연의 편지라는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혹시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박신양처럼 죽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났고, 그렇게 되면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살아갈지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번에 진행하는 항암 치료는 이번에 확인된 암을 확실히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치료를 받고 나면 10년은 잘 살 거라는 암 담당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항암을 시작했습니다. 항암을 시작하면서 회사도 관두고, 집에서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첫 번째 항암 사이클을 무사히 마친 상태입니다.
앞으로 5번 더 항암 치료를 할 예정이며, 아마도 지금보다는 더 힘들고 몸도 마음도 지치겠지만, 가족의 보살핌이 있고, 희망이 있기에 잘 이겨내 보려고 합니다. 때로는 울고 싶을 땐, 영화 편지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