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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내려놓기 시작

by 오디오포유

50대인 내가 자주 듣고, 고민하는 단어는 꼰대, 돈, 명예, 퇴사, 두려움, 걱정, 건강, 죽음, 자식, 가족, 자연인 등 인 것 같다.


꼰대인턴_1.png 드라마 "꼰대인턴" 한 장면

지금은 휴직 상태다. 암 치료를 하기 위하여, 휴직을 신청했고, 1월 말에 나온 급여가 마지막이다. 이제는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과 단기 보험금으로 살아가야 한다. 아마 금전적인 것이 가장 두려웠던 것 같다. 앞으로 얼마를 받을지는 모르지만, 더 이상은 급여가 나오지 않는다는 상황에 접하니 갑자기 잠이 오질 않았다. 그리고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계산을 하고, 하고, 또 하고 했지만, 아직 명확한 게 하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을 달래고자 책을 고르게 되었고 “오십에 읽는 장자”란 책을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아주 오랜만에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나의 현재 건강 상태 상 마음을 편하게 하여야 하는데, 이에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비슷한 나이 사람들과 자주 하는 인사가 건강해라, 행복해라인데, 실제 이 보다는 늘 경제적인 상황에 집착을 많이 했었다. 왜냐고? 먹고사는 문제가 아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죽고 사는 문제를 접하다 보니 먹고사는 문제는 중요도가 낮아졌다.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자연인”이다. 그분들은 돈이 없어도, 일이 힘들어도, 행복하다고들 하신다. 그래서 나도 나중에 은퇴하면 막연히 자연인들과 비슷한 삶을 살고 싶었다. 그들 중 많은 분들이 예전에 암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완쾌되었다고들 하신다. 나도 그렇다. 암이 있어 강제 은퇴를 하고 나서 야 그들을 더 보려고 한다. 아니 그들처럼 행복해지고 싶다. 그리고 건강해지고 싶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은퇴 후 여러 개의 은퇴 후 생활 자금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무조건 맞는 말이다. 그리고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는 갖고 있는 범위 안에서 행복하게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찾는다. 그래서 자연인 분들이 그렇게 사시고, 나 역시 자연인은 아니지만 비슷하게 살아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간다.


나는 자연인이다_2.png 다큐멘터리 "나는 자연인이다"의 한 장면


MBTI는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있어 유용해 보인다. 나의 MBTI는 ENTJ 다. (E: 외향적, N: 직관형, T: 논리형, J: 계획적) 성향이 ENTJ다 보니 살면서 수없이 부딪치고, 경쟁하고 나대며 사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했다가, 오랜 시간을 거쳐, 결국 사업/마케팅 역할을 하기되었나 보다. 물론 집에서는 고집이 쎄고, 자기중심적이라고 늘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니 이런 성격이 자연인과 같이 사는 삶을 찾으려 하다니, 참 어이없는 생각이 아닐까 하지만, 이제는 내려놓기를 시작했다. 아니해야만 한다. 성격도 중요하지만, 아니 계속 남아 있겠지만, 삶과 죽음의 문제보다는 약하기 때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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