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던 날, 능선 위에서 얻은 깨달음
비 내리던 어느 날,
나는 백두대간의 한 능선 위에
서 있었다.
바람이 몸을 스치고,
빗방울이 얼굴에 차갑게 닿는다.
빗방울이 능선을 중심으로 갈라져
양쪽 사면으로 흘러내린다.
동쪽 사면으로 흐르면 한강이 되고,
서쪽 사면으로 흐르면 낙동강이 된다.
불과 몇 센티미터,
찰나의 순간.
그 작은 차이가 운명을 갈라놓는다.
바람의 속도와 방향,
구름의 흐름이 빗방울의 길을 정하듯
우리의 삶도 결국 스스로 조정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중년의 나이,
능선 위에서 깨달음 하나.
아무리 애써 발버둥 쳐도,
인생의 길은 내 뜻대로만 흐르지
않는다.
인간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뜻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한강이든, 낙동강이든, 금강이든,
섬진강이든, 영산강이든
결국은 바다라는 큰 품 안에서
또다시 만난다.
삶이 고난으로 점철되었든,
순탄했든,
결과는 같다.
이제부터라도 아옹다옹,
티격태격하지 말자.
이해타산으로 눈치 보며 살지 말자.
빗방울처럼,
흘러가는 대로 순응하며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자.
언젠가, 백두대간 분수령에서
흘러내리던 그 빗방울의 운명 같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빗방울 흩날리던 그날의 기억을
글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