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생각해 본 걸음

백두대간의 첫 여정

by 홍삼이


●백두대간 출발점에 서다


10시 15분,

'백두대간 두문동재'라는

커다란 돌비석 앞에 버스는 우리를 쏟아낸다.

인상을 잔뜩 지뿌린 하늘이

반기지 않는 얼굴로 다가선다.

두문동재 돌비석과 지뿌린 하늘

백두대간 종주를 위한 출발점이자

고려말 충신들이 은거한 곳,

두문동재(杜門洞齋, 고도 1,268m).


백두대간은 우리 민족 고유의

지리 인식 체계다.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금강산, 설악산,

두타산, 매봉산, 태백산, 소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자연과 사람과

문화가 함께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산줄기,

오늘 나는 그 첫걸음을 내딛는다.

----------------------------

● 자연을 알다


1차 목적지인 금대봉(1,418.1m)을

향해 가다 보니,

'참나무 여섯 친구들'을 소개하는 표시판이 나타난다.


•가을 참나무라 하여 "갈참나무"

•껍질의 골 때문에 '골참'이라

불리다 "굴참나무"

•잎으로 떡을 싸던 "떡갈나무"

•임금님 수라상에 도토리 묵으로

올랐던 "상수리나무"

•짚신에 잎을 깔았다 하여 "신갈나무"

•가장 작은 잎과 열매를 가진

"졸(卒) 참나무"


짧지만 재미있는 지식이 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투구꽃•달뿌리풀

산길 옆에는 보라꽃 투구꽃이 경고,

주의, 조심하라며 꽃말을 외치고,

달뿌리풀은 온몸을 흔들며

낯선 손님을 반겨준다.

-------------------------

● 바람의 언덕 위에서


금대봉 정상석은 의외로 볼품이 없다.

위치가 헷갈리거나 표시가 애매하여

이름 붙여진 '쑤아밭령'의 고개도

제대로 눈에 담지 못한 채 스쳐

지나왔다.


비단봉(1,281m)에서 바라본

함백산이 검은 구름아래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비단봉에서 바라본 함백산

어디선가 웅웅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바람개비들.

바람의 언덕 위에서 울부짖듯

떼 지어 서 있다.


고랭지 배추밭과 양배추밭 사이로,

바람의 군무가 펼쳐진다.

바람의 언덕에서 바라본 풍경

문득 시상이 떠올라 메모해 두었던

것을 옮겨본다.


•바람개비의 슬픔

-바람의 언덕 위에서


바람의 언덕 위,

거대한 바람개비들이

웅웅대며 울고 있다


고랭지 배추밭에

무름병이 스미자

농부를 대신해 속상해 운다


때늦은 잦은 비,

알곡이 움츠리자

바람 되어 구름을 쫓는다


철없는 산객

그 울음을 모른 체

환호하며 탄성을 지른다

----------------------------

● 매봉산 정상에서 헤매었던

마음, 삼수령에서 깨우치다


매봉산 정상에서 만난 두 명의

등산객을 만났다.

그들이 알려준 정보를 듣고

5분여 동안 길이 없는 산길을 헤맸다.

조금 후 그들이 외치는 소리에

정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연신 숙인다.

매봉산 정상석과 기이한 나무의 모습

낙동정맥 분기점을 지나

삼수령에 도착했다.

정상에서부터 같이 한 산객들과

라면과 막걸리 한잔을 나누며

여정을 정리했다.


삼수령(三水嶺),

떨어진 빗방울은 이곳에서 동서남북,

어느 경사면에 닿느냐에 따라

낙동강, 한강, 동해의 물이 되는 것이다.

작은 갈림길에서 운명이 갈라지는

것이다.

삼수령에 세워진 석탑과 조형물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 운명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결정된다.


하늘거리는 가랑비를 바라보며

깨닫는다.

내 삶도 내가 정할 수 없음을,


내려놓음.

그 속에서 비로소 나는 자유로워진다.


●산행정보 및 일자


[시간대별 산행코스]


10:15 두문동재(1,268m)

10:36 금대봉(1,418.1m)

11:35 비단봉(1,281m)

11:29 바람의 언덕

12:39 매봉산(1,303.1m)

13:23 낙동정맥 분기점

13:56 삼수령(935m)

14:42 매봉산 슬로우 트레일주차장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 약 11km, 4시간 30분


[산행일자:2025년 9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