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일, 산과 바다를 품다
5월 27일, 충북 보은의 구병산을 찾았지만
그 산행은 어딘가 불편했다.
예약된 차량이 아닌 다른 버스가 도착했고,
회원들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당황해야 했다.
출발직후 시동이 두 차례 커졌고, 고속도로 진입
직전, 방향을 잘못 잡아 10분 가까이 지체했다.
산악대장의 태도도 신뢰를 주지 못했다.
죽전휴게소에서는 도로 주행 차선에 버스를
세워 등산객을 태우는 아찔한 장면까지 연출됐다.
속리산 휴게소 도착하기 전, 또다시 엉뚱한 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10여분이 더 흘렀다.
귀경길도 매끄럽지 못했다.
양재에서 사당으로 가는 짧은 길마저
30분 넘게 돌아갔다.
산악대장도 믿음직하지 못했다.
버스기사의 미숙함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태도는 회원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구병산과는 달리 이번 산행은 출발부터
매끄러웠다.
노련한 기사와 산악대장의 조치 속에 일정은
깔끔했다.
6월 3일 대통령 선거일,
사전투표를 하였기에 산행은 부담 없었다.
청명한 하늘 아래, 엷은 해무를 두른 동해가
검푸르게 다가왔다.
버스는 등명락가사 입구 주차장에서 우리를
내려주었다.
해발 '0'm에서 시작된 괘방산 산행은
'괘방산 등명락가사'라는 한자로 적힌 일주문
왼편 임도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뻐꾸기 울음과 산사의 불경이 겹쳐 흐르는 길, 소나무와 참나무 사이로 바다가 고요히
스며들었다.
희끗희끗한 백사장과 푸른 동해의 물결은
귀와 눈을 동시에 황홀하게 만들었다.
약 35분쯤 걸었을 무렵, '정상 40m'라는 푯말이
좌측을 가리켰다. 정상에는 산악회 리본들이
바람에 나부꼈다.
어릴 적, 동네 뒷산 서낭당에 매달린 천조각들이
떠올랐다. 바람에 나부끼는 리본은 무사안녕을 기원하며 오래된 기억 속에서 손을 흔드는 듯했다.
정상에서는 강릉 시내와 경포호, 멀리
주문진까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속이 시원하게 트이는 풍경이었다.
특히, 삼우봉에서 내려다본 바다 풍광은
압도적이었다. 달아오른 몸이 식고, 눈마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폼을 잡고 사진 한 장, 마치 과거에 급제한
선비처럼 흐뭇한 표정이 담겼다.
1시간 남짓한 산행 뒤 도착한 통일공원,
통일 전시관 안에는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 당시 좌초된 잠수함과 그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초등학생 두 남매와 함께 전시관을 찾은
한 중년 남성이
"그때 작전에 내가 참가했지"
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자 아이들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 아빠, 정말이야~?"
" 그럼, 그럼"
어깨를 으쓱이는 아빠의 뒤를 아이들이 졸졸
따라가며 이것저것 묻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
삼학도 위령비, 권태순 장군 동상, 위령탑과
야포는 말없이 분단의 아픔을 증언하고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공원에서 느끼는 통일의 아픔은
유난히 묵직했다.
청태산 입구의 숲은 괘방산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짙푸른 그늘 아래, 팔을 걷은 살결 위로 시원한
기운이 스며들었고, 산속의 향기는 들숨마다
깊이 새겨졌다.
울창한 잣나무 숲의 데크길을 따라 걷는 동안,
'건강'과 '힐링'이라는 단어가 수 없이 떠올랐다.
계획상 1 등산로에서 시작해 2 등산로로 내려올
예정이었지만 산악대장의 제안으로 들머리와
날머리를 바꿨다.
해발 1,194m, 청태산 숲길의 초록 그늘과
데크길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인상적이었지만,
내려오는 길목에서 마주한 함박꽃나무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선물이었다.
지금도 그 하얀 웃음이 눈앞에 선하다.
《괘방산》
※시간대별 걸은 길
ㆍ10 : 04 등명락가사 앞 주차장
ㆍ10 : 39 괘방산 정상(345m)
ㆍ10 : 49 삼우봉
ㆍ11 : 20 통일공원, 통일전시관, 충혼탑
※ 소요시간 및 거리
ㆍ약 1시간 16분, 5km 정도
《청태산》
※시간대별 걸은 길
ㆍ13 : 24 청태산 자연휴양림 주차장
ㆍ13 : 30 제2등산로 입구
ㆍ14 : 08 청태산 정상(1,194m)
ㆍ14 : 20 제1등산로
ㆍ14 : 55 청태산 자연휴양림 주차장
※ 소요시간 및 거리
ㆍ약 1시간 30분, 4.6km 정도
최경선
청아한 뻐꾸기 울음 따라
산사 불경소리,
쪽배처럼 흘러간다
반짝이는 동해 물결 위에
살포시 해무가 눕고
삼우봉 끝자락엔
푸른 꿈이 일어서며
팔랑이는 색조각
바람 속에서 무사안녕을 흔든다
데크길 솔향기
들숨으로 가득 채우면
함박꽃나무의 하얀 웃음이
초여름 나들이에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