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함백산ㆍ태백산 1일 2 산 산행기
오늘은 함백산과 태백산을 하루에 오르는
'1일 2 산'의 날.
비 소식에 맞춰 비옷과 여벌 옷까지 챙겨 넣고,
마음도 단단히 묶었다.
잿빛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기세.
예보에 따르면, 산행 후반 1시간이 고비란다.
쉬는 시간은 줄이고, 점심은 하산 후로 미루자고
마음먹는다.
● 고속도로 위, 추억과 마주치다.
-원주를 지나며 떠오른 얼굴들
버스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 갔다.
간단히 요기를 한 뒤 다시 길 위로 오른다.
원주를 지날즈음, 흐린 하늘에 백열등처럼
떠오른 태양 사이로 두 얼굴이 스친다.
- 정ㅇㅇ, 강ㅇㅇ.
정ㅇㅇ은 개성이 강한 입사 동기였다.
그가 원주지점장이었을 때 찾아간 적이 있었다.
밤늦도록 나눴던 고민과 열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과장시절, 갑자기 퇴직하였다.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는다.
학원을 운영한다는 소문만 전해 들었다.
부디 건강하고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란다.
강ㅇㅇ은 지금도 연락하고 가끔 만나는 친구다.
같은 대학, 같은 학과, 입사도 함께 했던 절친이다.
고향은 오대산 깊은 골짜기였다.
어느 여름 방학, 강원도의 해수욕장을 들렀다가
그의 집에 묵은 적이 있다.
어두운 그믐밤,
손전등을 의지해 오대산 골짜기 깊은 소(沼)에서
메기를 잡던 기억,
서울서 온 아들 친구들을 위해 직접 감자를 갈아 감자전을 부쳐주시던 어머님의 넉넉한 손길,
그 따스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 어머님이 이제는 요양원에 계신다니, 세월이
그저 덧없고 슬프다.
● 함백산, 구름에 묻히다.
함백산 자락에 도착했다.
최단코스로 1시간 30분 거리.
가볍게 짐을 꾸려 출발한다.
산등성이엔 흰구름이 걸려 있고, 거센 바람과
오락가락하는 안개비가 산행길을 방해한다.
구름 너머, 풍력발전소의 날개가 돌아간다.
어릴 적 바람개비를 들고 뛰놀던 기억이
아련하게 겹쳐진다.
함백산은 완전한 제 모습을 끝내 보여주지 않았다.
안갯속에 묻힌 채 신비로움만 남기고...
● 태백산, 노란 들꽃과 주목
태백산 들머리,
함백산과 달리 이상하리만치 안개가 걷혔다.
노란 들꽃인 한계령풀이 우리를 반긴다.
' 백두대간 사길령 ' 돌비석을 지나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저 멀리, 구름 위에 함백산은 푸른 물결 위에
떠 있는 배처럼 일렁거리며 멋진 장관을 선사한다.
태백산 들머리의 흙길은 발걸음을 가볍게 만든다.
가파른 길을 오르며 고개를 드니,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라는 주목나무 군락이 펼쳐진다.
2시간 남짓 올라 장군봉에 도착했다.
저 멀리 천제단이 눈에 들어온다.
' 太白山 '이라는 거대한 정상석 앞에서
태백산의 기운을 한 몸에 받으며 사진을 남긴다.
천제단에서 형형색색 깃발을 든 젊은 남녀가
유튜브 촬영 중이다.
주술 같은 몸짓과 장단을 맞추며 무슨 놀이를
하는데, 등산객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는
당당함이 왠지 쓸쓸하다.
정상에서 태백산맥의 웅장함을 오래도록
둘러보다가 애써 하산을 서둘렀다.
하산길, 단종 비각에 들른다.
비운의 임금을 떠올리며 잠시 기도드린다.
'권력은 나누지 않는다' 던 그 냉혹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어린 임금의 처연한 사무침을 조용히 위로해 준다.
망경사, 반재고개를 지나자 계곡물이 시원하게
소리를 내며 산행길을 늦춘다.
작은 폭포, 커다란 암석들, 그리고 눕혀진 나무들.
마치 오랜 세월, 너무도 열심히 살아낸 자가
잠시 쉬는 듯한 풍경이다.
당골 광장 근처 식당.
입맛 돋우는 산채비빔밥과 도토리묵.
파전, 감자전, 막걸리까지
낯선 이들과도 술잔이 오가며 정이 스민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산행을 오신
60대 후반의 세분과의 입담이 또 다른 별미였다.
" 맛있어요? "
농담 섞인 한마디가 식탁을 온기로 물들인다.
● 다시 보자, 태백아!
함백산은 안개에 가려 제 모습을 온전히
못 본 아쉬움은 있었지만,
태백산은 선명하게 가슴에 새겨졌다.
" 아쉽구나, 함백아! "
" 다시 보자, 태백아! "
이런 산을 오르고, 이런 기억을 품을 수 있음에
참으로 감사한 하루였다.
■ 산행정보
[ 함백산 ]
•시간대별 산행코스
10 : 40 함백산 등산로 입구
11 : 03 함백산 정상
11 : 50 함백산 등산로 입구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약 2km, 1시간 10분
[ 태백산 ]
•시간대별 산행코스
12 : 20 화방재
14 : 03 장군봉
14 : 13 천제단 및 정상
14 : 25 단종비각
14 : 28 망경사
15 : 06 반재고개
15 : 44 당골광장
•산행거리 및 소요시간
약 9.5km, 3시간 2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