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많아지는 시기
"삐삐 삑"
'서울시 어르신 교통카드'를
지하철 개집표기에 갖다 대자,
어제까지는 "삑"하던 단음이
오늘은 "삐삐 삑"이라는 반복 전자음으로 바뀌었다.
무임승차의 기쁨보다
슬픔이 먼저 몰려왔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괜히 눈치를 살피고
별다른 존재감으로 주눅이 든다.
짧은 눈물이 슬며시 흘렀다.
남들은 바쁘게 제 길을 가는데
왠 이렇게 주책이 발동하는지...
"아, 참 나이가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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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을 바라보며
며칠 전,
전문직 국가자격시험을 준비 중인 딸이
공부가 잘 안 된다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깨너머로 살짝 훑어본 시험문제는
정말 만만치 않아 보였다.
나는 방에 들어가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렸다.
"우리 딸이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게
해 주세요."
도서관으로 향하는 뒷모습에
살짝 카톡을 남겼다.
"딸아, 네가 슬프면 아빠는 울고"
"네가 기쁘면 아빠는 웃는단다."
"지금에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자.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아빠는
기쁘단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힘내자, 파이팅"
조금 후
" 아빠, 고마워~"
이 한마디 응답에도 눈물이 핑 돈다.
가끔 딸이
"아빠, 나 이거 해줘요"라는 카톡을
보낼 때가 있다.
레시피를 찾아 정성껏 요리하면
맛있게 먹는 모습이 그렇게 좋다.
은근히 딸의 카톡이 오길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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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가치동행일자리'로
일주일에 이틀 정도 활동한다.
워라밸이 생기고, 나도 사회와 연결된다.
한 강사가 말했다.
"노화란 수분이 줄어드는 것이고,
노인이란 '늘 그러한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야 합니다."
AI 시대의 불안,
급격한 변화에 대한 적응력 저하,
시니어 시대가 느끼는 상실감...
하지만 그분은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창의력이 좋고
기억력이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 긍정의 말이
마음에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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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래된 냉장고를 교체했다.
아내는 냉장고 자리를 정리하며 힘들어했지만,
표정에는 기쁨이 묻어났다.
새것으로 바꾸는 즐거움도 있었겠지만,
아들이 다니는 회사 제품을
복지 혜택으로 구입했다는 자부심이
더 컸으리라.
그 마음을
애써 감추려는 아내의 모습에
괜히 나도 서글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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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이 침침하고,
건조해져 불편함이 많다.
그런데 감정이 북받칠 땐
눈물이 더 많아졌다.
왜일까.
나이가 들수록
체력 저하, 인간관계의 이별,
사회적 역할 축소 같은 부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한편으로
마음의 여유, 감사,
자기 수용 같은 긍정의 감정도 생긴다.
삶을 반추하며 떠오른 단어들:
고독, 여유, 감사, 이별, 우정, 가족,
여행, 회한, 평온...
"나이가 들수록 센치하다."
이 말처럼 공감되는 말이
오늘처럼 와닿은 적이 있었을까.
-2025년 7월 26일,
더운 여름날 도서관에 앉아
일주일을 정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