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더위, 그리고 간절한 기다림

아파트 공원, 물놀이장, 시인의 詩 속에서

by 홍삼이

■ 한 여름의 더위

최경선


자지러지게 울던 매미도

미친 더위에 날개를 접고,


강아지풀과 달개비꽃도

축 늘어져 쉼을 택했다


챙 넓은 모자에

접부채 연실 날리던 노인,

긴 한숨을 토해낸다


무지개 광선이

광장 분수에 아이를 모으고,

더위는 웃음마저 태워버린다


바람 한점 없는 한여름,

언제쯤 추풍으로 도망칠까


폭염 속에 시간은 늘어져도

내 마음의 세월은

멈추지 않으리


강아지풀과 달개비꽃


●아파트 주변, 공원 한 켠의 풍경


기온은 아침부터 30°를 훌쩍 넘겼다.

산책을 나왔던 홍삼이(반려견)도

헐떡이며 얼른 들어가자고

나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햇살은 이제 '빛'이 아니라 '열'이었다.

매미들도 한참을 울어대다

어느 순간 조용해졌다.

너무 더워 체력마저 방전된 듯했다.

한여름의 햇살

공원 의자에 앉아 긴 챙 모자를

눌러쓴 노인,

연신 접부채질을 하다

이내 손길을 멈추고

더위에 지친 걸음으로 아파트 안으로 사라진다.


●물놀이장의 아이들


안양천 물놀이장 주변에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분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와

물놀이터에 웃음소리를 지르며

덤벼들어 보지만 그 웃음도 금세

더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물놀이장의 모습

한여름, 그 중심에 서있는 지금.

'시간' 조차 게으른 것 같다.

가을의 문턱이 보이지 않는 더위속에서

'추풍'을 기다리기엔 너무 이른 것일까?


● 어느 시인의 간절함


문득, 얼마 전 도서관에서 읽었던

한 시인의 문구 중 공감하는 구절 일부를

발췌해 적어본다.


"뜨거운 볕이

아직 마당을 지킨다

매미는 목청을 다해

여름을 다 쓰고 있다"


"선풍기 옆 그늘에서

나는

풀벌레 한 소절을 기다린다"


"언젠가 새벽

문득 스며들 그 조용한 가을

그것 하나 믿고

오늘도 더위를 견딘다"


이 시인도 나만큼이나 가을을

절실히 기다렸던 것 같다.


● 간절한 기다림


좋아하던 산행도 장마와 무더운 탓에

한 달 넘게 쉬었다.


입추도 흘정도 앞으로 다가왔다.


조금 더 견디면,

지금 이 36.8도의 숨 막히는 더위도

결국 시들어 도망가겠지.


-쉼터 그늘에 앉아

더위를 피해 가을바람을 기다리며,

이 여름의 한 페이지를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