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람기

구름뒤에 숨겨진 이야기들

by 홍삼이

서대문역 5번 출구 앞 12시 5분.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였고,

기온은 30도를 훌쩍 넘었다.

태양이 구름에 가려 그나마 다행이었다.

햇볕까지 쏟아졌다면 걷는 것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8월 1일부터 청와대를 폐쇄한다는

뉴스에 태순이가 그전에 둘러보겠다고

예약을 하고는 원주에서 올라왔다.

청와대를 둘러본 후 찬옥이랑 합류해

늦은 점심을 하기로 했다.

덕수궁 돌담길 모습

경복궁역을 지나 경복궁 돌담길에

접어들었다.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작은 깃발을 든 안내자를 따라 걷는

모습은 이국적이었다.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사진을

찍고 행복한 모습으로 웃고 떠들었다.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하며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군무를

이뤘다.

청와대 정문을 들어선 후 청와대 모습

12시 40분, 청와대 정문에 도착했다.

평일이고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긴 줄이 이어졌다.

아이 손을 잡은 부모, 부채질을 하며

땀을 식히는 노인,

힘에 겨워 경계석에 앉아 숨을

고르는 여인,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연인들.

수십 미터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여름의 열기가 짙게

배어 있었다.

안개비를 뿜어대는 시설이 있음에도

땀은 이마를 타고 목덜미로 흘렀다.

손수건으로 연신 훔쳐도 좀처럼

식을 줄 몰랐다.

청와대 본관잎 전겸

수십 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본관

안으로 들어섰다.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몸을 감싼다.

실외와 온도차가 이토록 극명할 줄이야.


안내자의 유도에 따라 1층 오른쪽부터

관람이 시작했다.

충무실 앞에 펼쳐진 열 폭 병풍이

눈에 들어왔다.

충무실 앞 10폭 병풍

我愛日日新之大韓民國

(아애일일신지대한민국)

- 나는 나날이 새로워지는

대한민국을 사랑한다.


대통령 접견실 근처 벽에는

또 다른 글귀가 있다.


公心如日月(공심여일월)

-공평한 마음은 해와 달과 같다.


그 글을 읽으며 문득 생각해 본다.

公心如日月(공심여일월) 자개 현판

과연 이곳을 거쳐 간 이들은 진정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을 사랑했을까?

권력의 무게만큼 자신을 낮추고,

끊임없이 자신을 다스리며 살았을까?


본관 내에 세워진 '청와대 국민 품으로'

라는 조형물이 왠지 공허하게 느껴졌다.

국민은 그들의 도구로만 이용되었고,

늘 외면당하지 않았던가.

"국민, 국민"을 외치던 그들은 자신들의

뜻대로 정치를 하지 않았던가.

청와대 본관 앞 조형물

순간, 광화문 광장의 세종대왕상과

이순신동상을 경복궁과 청와대를 향하게

돌리고 싶다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이순신장군 상

이번 대통령만큼은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정치를 해 주기를.

그 간절함이 마음속에서 천천히 일렁였다.


인왕실, 대통령 접견실, 대통령 집무실,

무궁화실, 세종실과 역대 대통령 초상화와

영부인 사진을 둘러보며 그들의 헌신과

봉사에 감사함도 전한다.

대통령집무실과 관저

관람을 마친 우리는 찬옥이가 기다리는

맛집으로 향했다.

늦은 점심이라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식당 앞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기표를 받고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모밀면과 막걸리, 전병을 시켰다.

허기진 배에 들어간 음식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별미였다.


테이블 위에는 입사동기들의 소식, 자식 문제,

그리고 나라 걱정까지.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이 별미보다도

더 값진 입담이 되었다.


"남은 생, 잘 살아보자"

누군가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는 마음이 넘쳤고

웃음이 테이블을 타고 흘렀다.


태순, 찬옥, 경선 세 이름이 모두 여자 이름

같아서일까.

왠지 더 친근하고 수다가 넘치는 자리였다.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자"

마지막 인사와 악수를 나누며 아쉬운 헤어짐에

뭔가 쓸쓸한 미련이 남았다.


검은 구름이 걷히자,

구름 너머에서 태양이 살며시 미소 지었다.


- 2025년 7월 7일 청와대를 관람한 후-


● 청와대 관람 정보

•서대문역~경복궁역~경복궁 돌담길~

청와대 정문~청와대 본관~청와대관저~

춘추관~광화문광장~식당


•걸은 시간: 약 2시간 20분

작가의 이전글웃음 속에 날카로운 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