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속에 날카로운 풍자

김삿갓에 대한 해학적인 漢詩, 야설

by 홍삼이

※ 본 글은 조선 후기 해학적 한시와

설화를 각색한 것으로, 일부 표현이

오늘날 감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당대 사람들의 위트와

풍자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밖은 30도가 훌쩍 넘는 한여름.

아파트 단지 내 공원 옆 도서관에

들렀다.

漢詩(한시)에 대한 관심으로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마치 시원한 얼음물

한 사발 같은 통쾌한 웃음을 주는

글들을 발견했다.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후기 방랑시인 김병연.

우리가 흔히 ' 김삿갓 '이라 부르는 그는

풍자와 위트, 해학으로 시대를 비틀어

웃음을 주었던 인물이다.

김삿갓을 흉내 낸 사진

나는 화면을 읽다 소리 없이 웃음을

터뜨렸고, 옆에서 책을 읽던 여자분이

잠시 나를 쳐다봤다.

소재와 출처가 불분명한 이야기들이지만,

나름의 느낌을 더해 각색해 본다.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당대 사람들의 해학과 풍자의 맛을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 첫 번째 이야기 ]

- 서당 훈장에게 날린 돌직구 한 방 -

김삿갓이 어느 서당에 들렸을 때다.

배고픔에 끼니를 청했으나, 훈장이 퉁명스럽게

거절했다.

이에 화가 난 김삿갓은 서당 대문에 漢詩

한 수를 휘갈겨 남기고 떠났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 '서당'

書堂乃早知 (서당내조지)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 (생도제미십)

先生來不謁 (선생내불알)


• 서당인 줄 진즉 알았지만

방 안에 귀하신 분들만 가득하고

제자도 열 명이 채 안되는데

선생께선 와도 인사조차 없구려


※ 이 한시는 음(音)으로 소리 내어 읽으면 묘한

말장난이 숨어 있다.

훈장은 제자들 앞에서 차마 읽지 못했을 것이다.

김삿갓의 장난기와 풍자가 절묘하게 녹아든

장면이다.


[ 두 번째 이야기 ]

- 과외 벽보 사건 -

조선시대 벽보의 모습

방랑 중 돈이 떨어진 김삿갓.

한 마을에 과외 전단을 붙였다.

현학적인 문구였지만, 소리 내어 읽지

못했고

아이들만 킥킥대며 구경했다고 한다.


● 課外 急求 ( 과외 급구 )

自知면 晩知고, 補知면 早知라


•스스로 깨달으면 늦고,

도움을 받아 배우면 빠르다.


※ 오늘날 입시학원 홍보처럼 보이지만,

당대에는 이조차 김삿갓식 유머였다.

과연 부모들이 자식들을 맡겼을까?


[ 세 번째 이야기 ]

- 거문고 타는 소녀에게 야시(夜詩) 한 수 -

신윤복의 '거문고 줄고르기' 그림

김삿갓이 어느 날 거문고 타는 소녀를 보고

감탄하며 시 한 수를 읊었다.

그러나 소녀는 얼굴이 붉어져 달아났다고 한다.


爾年十九齡 ( 이년십구령 )

乃早知瑟琴 ( 내조지슬금 )

速速拍高低 ( 속속박고저 )

勿難譜知音 ( 물난보지음 )


• 열아홉 나이에

벌써 거문고를 익히고

빠르게 박자와 음률을 다루는구나

어려운 악보까지도 능숙히 깨치다니


※ 이 시에는 장난스러운 중의적 표현이 숨어

있다.

오늘날 같으면 곤욕을 치렀을지도 모르지만,

당대에는 이런 유희가 그의 매력이었다.


[ 네 번째 이야기 ]

- 천하의 김삿갓, 한 수 얻어맞다 -


김삿갓이 한 마을에서 예쁜 처녀를 향해

시 한 수를 읊었다.

그러자 처녀가 즉석에서 시로 응수했다.

그 재치에 김삿갓은 얼굴이 화끈해져

도망쳤다고 한다.

김삿갓 曰,

毛深內闊 (모심내활), 必過他人(필과타인)


• 털이 깊고 속이 넓으니,

누군가 먼저 다녀간 듯 하오

처녀 曰

溪邊楊柳不雨長 ( 계변양류불우장 )

後園黃栗不蜂坼 ( 후원황률불봉탁 )


•개울가 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자라고,

뒷마당 알밤은 벌이 쏘지 않아도 벌어지지요.

개울가 버들과 알밤 벌어진 사진

※ 처녀의 촌철살인 같은 응수에 김삿갓은

크게 당황했을 것이다.

이런 재치야말로 당대 사람들의 해학을

보여준다.


[ 다섯 번째 이야기 ]

- 나룻배 처녀사공에게 ' 어머니 '라 부른 사연 -


김삿갓은 전국을 떠돌다 한 나루터에서 처녀

뱃사공의 배를 탔다.

배에서 내리며 그는 절을 올리는 촌극을 벌였다.


김삿갓 : " 여보, 마누라~노 좀 잘 저으시구려 "


처녀사공 : " 어째서 내가 댁의 마누랍니까? "


김삿갓 : " 내가 당신 배에 올라탔으니,

내 마누라지. "

( 배에서 내린 후 )


처녀사공 : " 우리 아들, 잘 가거라 "


김삿갓 : " 내가 어찌 그대의 아들인가? "


처녀사공 : " 내 뱃속에서 나왔으니,

내 아들 아니겠어요? "


김삿갓 : ( 절하며 )

" 어머니, 만수무강하소서 "

처녀 뱃사공 그림


※ 김삿갓과 처녀사공의 주고받는 재치가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읽는 나까지 웃음 짓게 한다.


현대사회는 각박해져 숨 쉴 틈이 없다.

김삿갓의 다섯 가지 한시와 이야기를 통해

선조들의 해학과 위트를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시대가 변해 이러한 표현은 다소

조심스러울 수 있다.

그래도 당대 풍자와 유머를 순화해 전하니

부디 웃음으로 받아들이시길 바란다.


오늘도 시원한 도서관에서 이런 글을 읽으며

상쾌한 웃음을 지을 수 있음이 행복하다.


- 2025년 7월 3일, 도서관 책상 위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