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된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함

by 여니


요즘 내가 매일 같이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려고 하는 말이다.

'허락된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함'


매일 매일 시궁창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곳에서 조금이라도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해결책과도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친 말인데 이 말을 삶에 적용하기까지 과정을 길지만 기록해보고자 한다.

나와 비슷한 누군가에게 분명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을 것도 같아서.


지난 글에서도 이어지지만 나의 성향과 정반대인 요가강사 생활을 작년 한 해 동안 이어오면서 몸과 마음이 다 무너졌다. 아침에 수업을 가기 위해 눈을 뜬 순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아 싫다 ....' 그리고 수업을 가면서도 '싫다....' 집에 돌아와 저녁 수업을 가기 전 잠시 휴식을 취할 때도 '가기 싫다....' 하루 일과를 다 끝내고 밤에 누우면 '내일 수업 하러 가기 싫다....' 였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좋은 생각이라곤 하나도 없었던 나날들이었다.


그토록 내가 하고 싶은 요가를 업으로 삼아 이루어냈는데 이런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응원해주지 못 할 망정.. 생각만으로도 내가 나를 망치고 있었다.


수업을 오고가며 몸도 힘들었지만 마음작용에서 오는 부정에너지가 몸을 더 지치게 만들었다.

한 번 걸린 감기가 두 번 걸리고 세 번 걸릴 때즈음 임파선 양 쪽에 멍울이 크게 생기며 제대로 알아 눕게 되었다. 너무 아팠다. 몸에 힘을 내어 움직이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건 명확하게 몸이 쉬어야 한다는 신호 같았다.


그 무렵 나를 가장 힘들게 한 매일 아침 양주에서 쌍문까지 오고가던 수업을 정리했다.

수업을 내려놓는게 참 힘들었다. 일종의 책임감? 같은 거랄까.

맡은 수업을 최소 1년씩은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강사로서 첫 정규 수업이었고 수입에 큰 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 오래오래 하고 싶었다.

그런데 몸에 오는 명확한 신호를 더이상 무시할 수가 없어 몇 달간 고민만 해오던 것을 단 하루만에 결정 내리고 빠르게 그만둘 수 있었다.


남은 수업들은 목소리가 완전히 잠긴채로 수업을 이어나가고 움직일 힘이 없는 몸을 이끌고 수업 데모를 겨우 해나갔다. 그때를 생각하면 코 끝이 찡 해질 정도로 참 힘들었다. 어떻게 그 많은 수업 스케줄을 이어갔을까?


수업을 그만두고 몸과 마음의 홀가분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비워진 아침수업으로 생긴 수입의 공백을 여지없이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시간이 흘러 나에게 맞는 더 좋은 자리가 왔을텐데 왜그렇게 조바심 내며 또 나를 힘들게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땐 당장 눈 앞에 닥친 현실 모든게 나를 무너지게 했기 때문에 생각의 전환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그 무렵 부정출혈이 잦아지고 생리를 일주일에 한 번 하거나 출혈이 한 달 내내 이어지거나 하는 증상이 생겼고 동네 병원에 방문하여 난소에 종양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검사를 통해 악성이 아니라고 나왔기 때문에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망가진 생활패턴과 몸 건강을 잘 챙기리라 다짐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몇 달 뒤 똑같은 증상으로 다시 방문하였을 땐 반대쪽 난소에도 종양이 생겼으니 대학병원으로 가 자세한 진단을 받아야할 것 같다는 소견을 받았다.


대학병원에 방문하여 온갖 검사를 진행하며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딱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 한 달동안 여태 나를 힘들게한 걱정거리들은 까마득하게 잊혀졌다. 온통 내 몸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수술을 예고하고 검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수술을 하게 되면 지금 하고 있는 수업들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몸을 쓰고 움직이는 사람이기 때문에 수술 후 어느정도의 회복기간을 거치고 돌아가야 할 지, 그 공백기동안 다시 겪게 될 수입의 불안정함은 어떡할지, 수술비와 보험 문제 등등등. 정말 다른 걱정거리가 들어올 자리가 없을 만큼 수술과 몸에 대한 걱정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그런데 어느순간 문득

아... 내가 걱정했던 그 모든 것들이 사실 다 의미가 없구나. 아프니까 끝이구나. 일을 하고 싶어도 몸이 아프면 나를 받아줄 곳이 없구나. 건강이 최고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구나.

몸 걱정 없이 하루를 보낼 수 있던 때가 그립다. 지난 날 별다른 큰 이슈가 없으니 행복하지 않은 하루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정말 행복했던 날들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은 해야한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음. 받아들이기. 수술로 나을 수 있는 병이라 다행이고 감사함.

수업은 언제든 다시 구할 수 있고 여태 백지상태에서 여기까지 이뤄내왔으니 절대 조바심 내지 않을 것.

몸이 아픈 것도 전부 다 내탓으로 돌릴 수 없음. 난소 종양은 내 관리 탓으로 돌리기 어려움. 여성으로서 겪을 수 있는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임. 이또한 받아들이기.

이런 생각들로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한 달을 보내었다.


결과적으로는 MRI 결과에서 나쁜 악성 요소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그냥 두면 사라질 수 있는 기능성 종양으로 나왔기 때문에 어린 나이를 감안하여 교수님께서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하셨다. 여러 검사에서도 다 좋게 나왔다고.


마지막 진료를 보고 허무했다. 혼자 울고 불고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괴로워 했던 시간들이 생각나서 그냥 드는 생각이 '왜그랬을까?' 였다. 다른건 다 없고 '왜그랬을까?' 딱 이거.

다시 구했던 아침 수업이 전부 폐강되어 불안에 떨던 날들도, 몸이 아파 움직이기 힘들었던 날들도, 강사로서의 내 미래는 도대체 무엇일까 했던 고민도, 돈을 많이 벌고 많이 모으고 싶은데 그저 막막해서 등등.

나를 힘들게 했던 모든 고민들 다 왜그랬을까?


이때 이후로 크게 다짐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지금 나에게 허락된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것으로.

아주 사소하지만 내 일상에 당연하게 들어와 있는 것들에 대해 감사함을 갖기 시작했다.


당연하게 일로서 나가던 수업도 '수업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날 찾아와주는 회원님들이 계셔서 감사하다, 내일 아침 일어나서 갈 곳이 있어 감사하다.' 라는 생각으로 채웠고

당연하게 돌아와 가족과 이야기 나누던 시간도 '부모님이 건강하게 내 옆에 계셔서 다행이다, 혼자 외롭지 않게 가족이 있어서 감사하다, 돌아올 집이 있어서 감사하고 맛있는 엄마 음식을 매일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당연하게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에게도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든든하게 내 옆에 있어줘서 참 좋다, 같이 미래를 꿈꿀 수있는 설렘이 행복하다, 나를 잊지 않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고 내 이야기를 터 놓을 수 있어 감사하다, 많진 않아도 내 사람들이 있어 감사하다.'

그리고 많이 아팠던 몸도 '오늘 하루 컨디션이 좋네! 참 좋다, 아무런 몸의 이슈가 없는 하루여서 감사하다, 오늘은 컨디션이 좀 안좋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스케쥴을 잘 해냈으니 기특해 나 자신!'


이러한 생각들로 가득 채웠고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말로써 내뱉고 글로 기록했다.

너무 사소해서 잊고 사는것들 하나 하나 생각해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그랬더니 몸이 좋아졌다. 정말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몸에 아무런 이슈가 없었다.

수업을 오고가며 쌓이는 몸에 피로함도 예전보다 덜 하다. 거의 없다시피 덜 하다.

수업을 할 수 있음 그 자체에 감사함을 가져서 그런 것 같다. 피곤해도 감사하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마음 작용으로 인해 몸을 망치고 있을까?



우리는 삶이 꽃 밭이길 바란다. 화려한 꽃 밭.

사실 그런 꽃 밭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꽃 밭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딱 하나의 꽃 한송이만 있어도 시궁창 같은 자갈길을 면할 수 있다.

그 꽃 한송이의 소중함과 감사함만 잊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인생이 밝아진다.


각자의 인생에서 하루하루 소중한 꽃 한 송이씩 피우며 살 길 바래요.

꽃 한 송이가 가진 힘은 생각보다 엄청나다는 것을 잊지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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