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퇴사는 처음이라서

그 이후 이야기

by 여니


2024년 내 나이 25살,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요가를 하겠다며 백수가 되었다.

반 오십

반 백 살 형님들이 들으면 코웃음 치며 인생 아직 멀었다 할 나이

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내 스스로가 허용할 수 있는 마지막 나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때까진.


퇴사 후 그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요가원 등록 후 매일 요가수련을 가고

관련 공부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을 쯤 엄청난 무기력함과 불안함에 버킷리스트에 늘 적어둔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는 것을 시도했다.

예전부터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한 번만에 브런치 작가 승인이 되었고 그때 아주 싱글벙글 마음이 들뜬채로 요가 수련을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여튼.

그때 이후로 시간이 1년하고도 6개월이 더 지났고 26년도를 코앞에 두고 있다.

이제 내년이면 내 나이 27살.


기억은 기록을 이길 수 없다며 브런치에 내가 겪는 것들을 잘 기록하겠노라 다짐했지만...

그 다짐은 어디로 갔는지 현생을 살기에 벅차서 잊었는지 그간의 기록이 없다.

연말연시에는 세워두었던 목표와 새로운 목표를 점검하기에 딱 좋은 시기이다. 지금이 그렇다.

생각해보니 브런치작가가 되고 글을 꾸준히 써오지 못한게 아쉽기도 하고 천천히 나의 이야기를 다시 기록하고 싶어 수업이 없는 아침 부랴부랴 노트북을 켰다.


나의 1년 6개월, 25살과 26살의 나는 어떻게 지냈는지 간단 요약을 하자면

요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정말 운이 좋게 바로 2달안에 내가 목표하던 수업 일정과 수입을 달성할 만큼

안정적으로 취업을 하였다.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지만 그간 준비하면서 수련과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준비된 나에게 시기가 적절히 맞춰진 것 같기도 하고 워낙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요가강사 판에서 운이 좋았던 것도 맞는 것 같다.


덕분에 백수시절 돈에 시달리며 회사에서 모아둔 돈을 까먹으면서 늘 불안했던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수업을 준비하는 요령이 많지 않았던 시절이기 때문에 열정 하나만으로 처음부터 많아진 수업을 허덕이며 감당하다가 3개월이 지났을즈음 그 생활에도 익숙해졌다.


다만, 여기서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첫 번째로 프리랜서의 삶이라는 것이 안정성을 추구하는 나의 성향과 정반대라는 것을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 마음과 몸의 큰 짐으로 다가와 건강이 굉장히 안좋아졌다.


차가 없는 뚜벅이 강사에게 아침 수업 후 뜨는 시간에 집와서 잠시 휴식, 그리고 저녁 수업 시간 맞춰 남들 퇴근할 때 다시 출근하는 삶 자체가 고역이었다. 특히 날씨의 영향을 너무 크게 받다보니...

올 여름은 지옥 그 자체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다.

중간에 수련을 하러 다니는 요가원까지 방문하는 것도 점점 힘들어져 혼자 수련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또한 매달 다른 수업 일수와 잦은 폐강으로 인해 불안정한 급여도 마음을 힘들게 했다.


두 번째 문제로는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소통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는 독립적인 성향인데 요가 강사가 이것을 매일 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고려하지 못했다.

당연히 강사인데 그런 점은 필수 아니냐, 어떻게 생각을 안 했을 수 있냐 할 수 있지만 요가 강사에 도전한 것 자체가 좋아하는 것을 일로서 경험해보고 싶은 나의 과감한 도전이었기 때문에 큰 목표 뒤에 숨겨진 세부적인 것들을 생각하지 않았고 현실 박치기를 하며 매일, 매주, 매달, 새롭게 현실적인 부분을 경험하고 있다.


잔병치례가 거의 없다시피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몸이 자주 아픈 것도 처음이고 덕분에 올해 병원을 가장 많이 다녔을 것이다. 보험의 중요성도 다시 한 번 느꼈달까 ..


더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그것들을 하나로 요약하자면 '예측불가능한 변수들의 연속' 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런 변수를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고 무엇이 가장 좋은 선택일까에 대한 고민이 늘 무겁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게 고심끝에 내린 결정들이 그다지 좋은 결과였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문득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도 아등바등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애쓰는데 그런 나를 내가 인정해주지 않으니 세상 모두가 나를 부정하는 것 같았다.

돌아보니 내 스스로 이룬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왜 그토록 나를 인정해주지 않았을까?

강사로서의 미래가 불안정해서? 직장인때의 월급보다도 못 버는 돈 때문에?

결국엔 남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불안감이라는 공통적인 큰 틀이 있던 것 같다.


그저 새로운 것에, 내가 하고 싶었던 것에 도전하여 그것을 이룬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제는 말해주고싶다. 어떠한 결과로 증명되지 않았어도 과정 자체가 나에게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내가 목표 했던 큰 틀을 결과로 만들어 내었으니 이제 나를 인정해주자고.

그리고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고 도전하는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액션만이 존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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