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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by 찬란한 하루

지난 해 여름, 내 생일이 지나고나서 부터 수두를 크게 앓았다.

온 얼굴과 몸이 수포로 뒤덮혔고 나는 크게 열이 났다. 엄마는 그 날 이후로 내 얼굴과 몸을 매일 매만졌다. 아주 식겁했다는 말을 얼굴과 몸이 깨끗해진 지금도 듣고있다. 아마 내가 크게 앓았던게 엄마의 마음에도 흉터를 남긴 것 같다.


"혜인아!"

아침 저녁으로 엄마는 나를 불러댔다.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어떨 때는 안심을, 어떨 때는 짜증을 낸다. 피곤한 내가 아침에 못 일어나는건 아닐까, 밤이 되면 안씻고 자는게 아닐까, 흉진 부위가 빨리 나아야 하는데 약은 발랐을까하는 미련한 마음들이 숨어있다.


한번씩 그냥 툭, 하고

"엄마는 왜 나밖에 몰라?"하고 물으면 말문이 막혀서 대답을 잘 못하는 엄마를 본다.

"야.. 왜 너밖에 몰라! 아빠도 있고, 오빠도 있지!"가 엄마의 최선의 대답이다.


그래, 엄마의 세상은 가족이었고

가족이 곧 엄마였다.

어느 겨울날 엄마는 내 앞에서 가족들이 다 뿔뿔이 흩어지면 어떡하냐며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엄마 안에는 가족들과 떨어지기 싫었던 어린아이가 살고 있었다.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냥 엄마의 눈을 보고 엄마의 살을 매만진다. 그것이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되진 못했지만 그냥 알 것 같다는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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