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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사담

사담: 사사로이 이야기함, 또는 그런 이야기

by 찬란한 하루

https://youtu.be/4 UfYqaBSIek? si=yKae-H6 lsbKMPOra

글을 쓰면서 들은 음악입니다.


한차례 폭우가 지나가고, 파란 하늘이 드러난 아침이다.

꿈속에서는 한차례 물총 싸움을 하다가 번뜩, 잠에서 깨어났다. 불을 켜놓고 잠에서 깨려고 애썼지만, 일요일에는 어림없지,라는 듯이 잠은 계속 쏟아졌다. 찬물에 세수를 대충 하고, 복숭아 하나만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었다. 딱딱한 껍질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과즙이 입안에서 퍼졌다. 아침약을 챙겨 먹고 잠깐 외출을 했다.

집 앞 카페에 들러, 복숭아 아이스티에 에스프레소 샷 두 번을 추가했다. 달디 단 아이스티의 맛이 느껴지고 그다음으로 에스프레소의 맛이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 보니 아빠가 잠에서 깨 있었다. 산에서 엄마가 돌아와서 아빠와 외출에 나섰다.

날씨가 너무 좋다며 아빠 얼굴에는 미소가 퍼졌다. 나는 아빠 얼굴에 퍼진 환한 미소를 가만히 구경했다. 아빠가 지금 웃고 있는가 아닌가는 내 삶에서 종종 중요한 문제였다.


그렇게, 바람도 시원히 불고 나무랄 것 없는 날씨 속에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바닷가가 있는 곳으로 우리는 향했다.


조수석에서 나는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회사생활이 나쁘지 않다고, 요즘 꽤나 여유로운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3개월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서 1년을 채웠으면 좋겠으며 그렇게 될 것 같다고도 했다.


나는 자랑스러운 딸이 되는 것이 꿈이 아니다.

하지만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는 것은 꿈이기 때문에, 묻지도 않은 말들을 한 번씩 쏟아내곤 했다. 아빠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회사생활을 1년은 채우는 게 중요하다고만 덧붙였다.

지금 쓰다 보니 나의 속내까지도 아빠는 이미 알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 볼이 왜 이렇게 파였지, 살이 좀 붙었으면 좋겠다.'

'또 담배를 피네, 언제쯤 끊으려나..'

'못 보던 상처가 팔에 또 나있네..'


함께하는 내내 또, 아빠 생각만 했다.


돌아오는 길,

아빠에게 일을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싶었으며, 앞으로 또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아빠는 스킨스쿠버가 너무 하고 싶었다, 지금은 그냥 조그만 텃밭을 사서 가꾸는 게 꿈이며 과일나무들을 가득 심어 보고도 싶다고 했다.


왠지 이제는

내가 아빠를 짝사랑할 차례가 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익어가는 아빠의 노년기에 여전히 철부지 딸로 남아있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소주 한잔은 사줄 수 있는 사람으로 커야지,라고도 다짐했다.


그렇게 아빠에게는 전해지지 못한

어느 여름날의 사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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