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자

by 해운 Haeun

후회로 번지던 날들은

바람의 뒤편에 눕혀 두자

한때 밀어붙이던 마음의 무게도

잘 버텨냈던 날들조차

옛 그림자에 기대어 쉬게 하자


짧은 가을 끝에 남은 상처들은

낙엽 속에 덮어 두고

말끝이 흐려지던 관계도

겨울바람에 흩어 버리자


잠시 스쳐간 사람도

붙잡지 못한 사랑도

어쩔 수 없던 이별들마저

저마다의 빛과 그림자를 품고 있었음을


나를 이끄는 마음 끝 어딘가

아직 이름조차 갖지 못한 꿈들이

조용히 피어나고 있음을


느리게 머물던 생각도

한 걸음씩 떨리던 발끝도

사실은 이 길 위에서

가장 나다울 수 있음을 믿자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