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진 계절

by 해운 Haeun

들녘에 핀 무구한 이름아

손끝에 닿을 듯 잡을 듯

결국 바람의 길을 따라 부서지는구나

바람을 엮으려 하지 말고

강물을 묶으려 하지 말자

불꽃을 쥐어 타오르려 하지도 말자

그저

사랑이 머물 때 온기로 안아주고

사랑이 기울 때 정막(靜寞)으로 배웅하자

구름이 제 몸을 허물며 흐를 때

하늘은 비로소 깊어지고

바람은 비로소 가벼워지는 것을

허나,

서로에 물든 그 여운은 지울 수 없어

가끔은 투명한 슬픔 하나가

눈썹 끝에 맺힌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