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에 핀 무구한 이름아
손끝에 닿을 듯 잡을 듯
결국 바람의 길을 따라 부서지는구나
바람을 엮으려 하지 말고
강물을 묶으려 하지 말자
불꽃을 쥐어 타오르려 하지도 말자
그저
사랑이 머물 때 온기로 안아주고
사랑이 기울 때 정막(靜寞)으로 배웅하자
구름이 제 몸을 허물며 흐를 때
하늘은 비로소 깊어지고
바람은 비로소 가벼워지는 것을
허나,
서로에 물든 그 여운은 지울 수 없어
가끔은 투명한 슬픔 하나가
눈썹 끝에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