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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부 여행을 떠나다

8. LA - 베니스 비치, 산타모니카 비치 & 시내 관광

by 행복고래

5월 9일 (금)


여행 일정의 거의 마지막 날에 이르렀다. 베니스 비치와 산타모니카 비치, 그리고 LA 시내 관광이 예정되어 있었다. 여행 일행 중 일부는 우리보다 하루 일찍 시작하는 일정이었는데 오늘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같이 여행 다니는 내내 약간 정이 들었는지 막상 헤어진다고 하니 아쉬웠다. 60, 70대 같은 아파트 모임에서 오셨다고 했는데 시종일관 재밌고, 유쾌하셔서 지루한 버스 내 시간에서도 지루할 틈이 없이 즐거웠다. 또 둘째 아이가 아팠을 때 한국에서 챙겨 오신 약도 나눠주신 분들이라 참 고마웠다.


그분들을 배웅하기 위해 아침 식사 후 공항으로 갔었는데 그때 가이드 아저씨가 그동안 여행 일정으로 하나씩 짚어주면서 샌프란시스코, 요세미티 국립공원, 라스베이거스, 자이언캐년, 엔텔로프캐년, 그랜드캐년,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의 일정을 자세히 이야기해 주시는데 왠지 꿈만 같은 시간 같았다. 너무 바쁘게 돌아다녀서 사실 그게 정말 내가 다녀온 곳인지도 실감 나지 않았다.


그분들을 배웅해 드리고 우리는 베니스 비치로 향했다. 그런데 오전시간이어서 그런지 해무가 잔뜩 끼어서 해변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커다란 야자수 몇 그루와 파도소리가 잔잔하게 들릴 뿐이었다. 그리고 해변에는 형형색색의 그래피로 힙한 가게들이 즐비했는데 오전시간이고 사람들도 많이 없어서 오히려 약간 음산해 보였다. 때를 잘 맞춰와야 했는데 아쉬웠다.


TV에서 봤던 해변 헬스장도 보였는데 건장한 언니들 몇 명이 운동하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건강미를 뽐내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우중충한 날씨에 너무 평범해 보였다. 며칠 뒤에 유튜브에 추성훈이 같은 곳을 방문해서 운동하는 영상을 올렸던데 정말 내가 갔던 곳인가 할 정도로 다른 느낌이었다.


점심은 IN-N-OUT버거를 먹었다. 원래는 둘째 날에 먹는 일정이었는데 다른 일정에 밀려서 못 먹다가 결국 먹게 되었는데 캘리포니아산 식재료만 쓴다더니 햄버거가 굉장히 맛있게 느껴졌다. 가이드 아저씨가 아이들은 특별히 밀크셰이크를 사주셔서 고맙게 먹었다. 둘째 아이가 여행 내내 아파서 즐기지 못했던 게 아쉬우셨는지 계속 잘 챙겨주셨다. 첫째 아이는 인천공항에서 먹었던 쉑쉑버거가 더 맛있었다고 해서 약간 김이 샜지만.


식사 후 다시 버스를 타고 산타모니카 비치로 향했다. 도착했는데 아직도 해무가 안 가셔서 짙은 안개의 해변을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해변의 놀이기구나 여러 가게들이 있었지만 딱히 구경할 만 것은 없었다. 해변을 한 바퀴 돌면서 여유 있게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 너무 바쁜 일정으로 움직였던 터라 이렇게 한가하게 시간이 많은 일정도 꽤 괜찮았다. 나무 그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기념품 샵에 들러 간단한 기념품을 사기도 했다.


버스는 파머스 마켓 & 그로블몰로 향했다. 원래는 잠깐 20분 정도의 일정이었는데 일행 중에 기념품이 살게 많다고 시간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40분 정도 일정이 잡혔다. 막상 가보니 프리미엄 아웃렛 같은 분위기의 고급 상점들이 많았다. 굉장히 큰 애플매장도 있고, 명품샵이나 룰루레몬 같은 상점도 있었고 영화관도 있었다. 분수대나 예쁜 상점도 많아서 배경으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쇼핑도 하고 싶었지만 막상 가격이 싼 것 같지는 않아서 따로 구매하진 않았다.


그다음 일정은 할리우드 명예 거리를 구경했다. 유명 배우들의 싸인, 손도장, 발도장 등이 찍힌 곳인데 TV에서 보는 것처럼 화려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아는 배우를 찾으려면 한참 걸릴 것 같았는데 너무 사람이 많아서 대충 둘러만 보았다. 한국 배우 이병현의 손도장 찍힌 곳도 있다는데 찾기 어려웠다. 그리고 아카데미 시상식으로 유명한 DOLBY 극장에 들러 할리우드 배우처럼 레드카펫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 일정은 영화 라라랜드로 유명한 그리피스 천문대였다. 여행 전에 라라랜드를 보고 갔던 터라 내심 영화의 감정을 느끼고 싶었는데 막상 오후의 뜨거운 햇살에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밤에 별자리를 보면서 낭만의 젖을 것을 상상하고 왔었는데 현실은 수많은 관광객들과 뙤약볕에 얼른 실내로 이동하고 싶었다. 천문대 안의 영화에 나오는 천장 그림이라던지 태양계 모형, 테슬러 실험기구 등을 살짝만 보고 천문대 야외로 나와 LA 시가지의 풍경을 감상했다. 지대가 높은 곳에 있다 보니 LA 전체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와서 멋졌다. 멀리 반대편 산에는 HOLLY WOOD라고 쓰여있는 간판이 보였다. 휴대폰 줌을 확대해서 찍긴 했는데 잘 보이진 않았다. 역시 뭔가 상상과는 다른 게 많아서 웃기기도 하고 아쉬웠다.


그리피스 천문대에 저녁에 무슨 공연이 예약되어 있어서 차가 갑자기 몰릴 것 같다는 가이드 아저씨의 말을 따라 약간 이르긴 했지만 4시 반에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원조 북창동 LA 순두부를 가게로 가서 식사를 했는데 한국의 메뉴와 거의 똑같은데 밥공기며 뚝배기 그릇이 훨씬 컸다. 17달러 정도 했는데 한화로 다지면 2만 원 정도 하는 가격이라 두 배는 비쌌지만 현지에서 외식을 하려면 대부분 일인당 20달러는 줘야 하는 상황에서 그 정도면 가성비 있는 가격이었다. 맛은 한국에서 먹었던 맛과 다름없어서 아이들도 배불리 잘 먹었다.


일정이 빨리 끝나 호텔로 일찍 체크인하게 되어 약간 아쉬웠지만 공항 근처 호텔이라서 그런지 관광지가 아니어서 주변이 좀 썰렁했다. 밤늦게까지 놀 수 있었던 라스베이거스나 라플린이 약간 그리웠다. 우버를 타고 그리피스 천문대를 밤에 다시 방문하면 어떨까 고민하긴 했지만 내일은 한국으로 떠나는 날이라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아서 저녁에 외출을 하지 않고 일찍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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