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나를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예전엔 잘하던 일들이 나를 버겁게 할 때.

by 도토리 Dot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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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낯설 때가 있나요?

저는 지금이 그렇습니다.


원인도 모르고,
이유도 모릅니다.


그냥 마음이 버겁고,
머리는 멍하고,
눈앞의 일들이 흐릿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분명 큰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지쳐 있습니다.


나에게 무슨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
나조차도 그 변화가 낯설기만 합니다.


무엇을 좋아했는지,
무엇을 위해 달려왔는지도
잠시 잊어버린 듯합니다.


마치 익숙한 길을 걸으며
길을 잃은 사람처럼요.


그럴 때면 괜히 불안해집니다.
이런 내가 낯설고,

이 낯선 내가 언젠가 돌아올지 두렵습니다.


억지로 예전의 나로 돌아가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지금의 나를 인정하려 합니다.
이 낯섦마저도 나의 일부라고,
이 시기를 통과해야 비로소
다시 나로 설 수 있다고 믿으려 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잃어버린 나를
채워나가려 합니다.


지금의 낯선 나를 받아들이는 일.
어쩌면 그것이
다시 나로 돌아가는 첫걸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서랍>


나는 기억력도 좋고,
집중력도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한 번에 여러 일을 처리하는 게 익숙했고,
사람들은 종종 “넌 진짜 멀티야”라며 놀라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다릅니다.
멀티는 커녕 하나에 집중하기도 어렵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생각이 엉뚱한 곳으로 새고,
그 순간 기억은 희미하게 흩어집니다.


예전 같으면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까지도
다 기억해 냈을 텐데요.

요즘은 내 머릿속에 어떤 것도 담아지질 않습니다.


마음이 바쁠 이유가 없는데,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틈도 없습니다.


요즘은 휴대폰 알림 하나에도 집중이 흐트러집니다.

작은 소리 하나에도 생각이 끊기고,
다시 그 문장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면
문맥을 이해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던 생각들이
이젠 자꾸 멈추고 흔들립니다.


하루를 보내고 나면

무언가를 많이 한 것도 아닌데
유난히 지쳐 있습니다.


머리는 멈춘 것 같고,
마음은 쉬지 못한 채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피곤한 날,
그게 요즘의 나입니다.


예전의 나와 다른 모습에 놀랐습니다.
그러나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비어 있는 시간을 채우기 위해
조금씩 노력하려 합니다.


요즘은 명상 시간을 가지며
생각을 잠시 멈춰보려 합니다.


매일 다이어리에
그날 있었던 일을 간단히 기록하고,
핸드폰 일정에도 작은 일 하나까지
반드시 저장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잃어버린 나를

채워나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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