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춥고 더딘 시기를 지나며 만든 나이테

버티자, 이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by 도토리 Dot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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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 나이테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나이테가 있습니다.


햇살을 머금은 날은 밝고

고운 무늬로 넓게 성장하며,
춥고, 비바람을 견딘 날은

굵고 짙은 무늬로 좁게 새겨집니다.


나무는 그 어떤 계절도 헛되이 보내지 않습니다.
풍요로움이 깃든 날도, 고통의 날도 모두
겹겹이 쌓여 단단한 몸통을 만들어 갑니다.


사람도 다르지 않습니다.
살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시기를 지나기도 하고,
이 시간이 언제 끝날까,
내가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두려워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그 힘겨운 순간들조차
내 안에 또렷한 무늬로 남아 있음을 알게 됩니다.

짧고 좁아 보이는 흔적이지만
결국은 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주지요.


그래서 버틴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게 아닙니다.
움직이지 못하고 서 있는 것 같아도,

그 자체로 살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도 겨우 버티며 하루를 견뎌낸 당신.
오늘을 견딘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한 겁니다.

지금 당신이 쌓아가는 이 무늬들은
언젠가 또렷한 나이테가 되어
당신을 더 단단하게, 더 깊게 지탱할 테니까요.


그러니 힘들어도 괜찮습니다.

오늘도 버텼으니까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작가의 서랍>


인생은 굴곡이 있다지요.

어려운 시간을 지나면

언젠가 찬란한 빛을 내는 순간이 온다고들 말합니다.


돌아보면, 내 삶에도 숱한 나이테가 새겨져 있습니다.

내가 걸어온 40여 년의 발자취 속

견디기 힘들었던 날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굵고 좁은 무늬로 남아있습니다.


그때는 왜 나에게만 이런 시련이 오는지,

왜 이렇게 힘든지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 순간들조차 이제는 고통이 아닌

추억이 되어 있더군요.


‘그땐 그랬지.’

짧은 한마디 속에 담긴 무게는

가볍지 않지만, 지나고 나면

결국 나를 만든 과정이었습니다.


고통의 이름으로 불리던 날들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나를 웃게 하고,

다시 나아가게 할 날이 오겠지요.


오늘의 고됨과 힘든 시간이

언젠가 웃으며 말할 날이 오겠지요.


지금의 하루도

언젠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남을 테니까요.


그래서 지금 버티렵니다.

어쩌면 지금이 나의 인생에

가장 춥고 성장이 더딘 시기일지 모릅니다.


"버티자!

이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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