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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suhm Apr 04. 2024

미국 시골에서 영국인이 된 한국인

아미시 공동체가 있는 미국 중부 시골마을 백인교회의 한국인 목사 이야기

교회 근처 아미시 상점 주차장 [글쓴이가 직접 촬영한 사진]

*들어가는 말 - 난 미국 중부 시골동네의 풀타임종교노동자. 우리 동네의 한국사람은 배우자와 나 둘이 전부. 그리고 둘 다 각각 2개의 시골교회를 담당하는 담임목사. 내가 맡은 두 교회는 백인교회 그 중 하나는 아미시 집성촌에 있음(성도분들이 아미시는 아님) 미국 중부시골에서 겪게되는 놀랍도록 평화롭고 흥미진진한 삶.



내가 담당하는 두 교회 중 한 교회는 아미시공동체 집성촌에 있다.(교인들이 아미시 공동체분들은 아니다.) 

아미시 공동체는 자동차 대신 마차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한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아미시 공동체는 미국이 독립하기 이전인 17세기 후반, 유럽에서의 종교박해를 피해 알프스 지역에서 이주해온 이들의 후손이다
. 미국 독립이전에 미국으로 이주해온 전통으로 인해, 그들은 외지인들을 미국인이 아닌 "영국인"으로 지칭한다. 아미시 공동체는 2024년인 현재에도 19세기 산업혁명 이전의 미국/유럽의 농촌생활상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전기대신 가스등을, 자동차 대신 마차를 사용한다. 트랙터를 사용하는 아미시 농가도 있지만, 이건 각 공동체마다 지침이 달라서 좀 더 엄격한 공동체는 트랙터 사용마저 금지한다. 때문에 여전히 말을 사용해 농사를 짓는 농가도 적지 않다. 

자급자족이 안되는 물건들을 구매하기 위해 ALDI 매장을 온 아미시 공동체 사람들. 저렇게 마차를 주차(?) 시켜놓고 장을 보고 돌아간다. [글쓴이가 직접 촬영한 사진]

    조금 더 개방적인 아미시 공동체에서는 가끔 시내로 나와 월마트나 ALDI에서 본인들이 자급 자족 할 수 없는 물건들을 사가곤 한다. 주로 파인애플, 바나나, 감자칩(아미시 분들이 매우 좋아하는 간식 중 하나)등등 을 구매해서 다시 공동체가 있는 마을로 돌아간다. 자동차로는 15-20분이면 걸리는 거리지만 마차로는 두세배가 넘는 시간이 걸린다. 마차는 생각보다 많이 느리다.(동영상 참조)


직접 촬영한 아미시 공동체의 마차운행 동영상. 생각보다 매우 느리기 때문에 뒤에 가는 차들이 추월을 한다. 이 동네 로컬 교통수칙 중 하나.


    한 가지 재미있는 건, 그들에는 아미시 공동체 외부의 모든 사람들을 "영국인" 인으로 지칭한다는 것이다. 백인이건 아프리칸 아메리칸이든 그리고 나같은 아시안이든지 말이다. 미국에서는 아시안 아메리칸으로 구분되는 내가 그들에겐 그저 "English" 일 뿐이라는 것. 내가 이민자인지 한국사람인지 아시안인지 그 사람들이 알게뭐람. 그들의 눈에는 외부인인 나는 그저 "영국인"일뿐. 그들의 제한적인 외부인을 향한 개념, 용어사용의 틈새가 오히려 나의 머리위에 어딜가나 붙어다니는 "이민자" , "동양인" 이라는 꼬리표로부터 나를 잠시나마 자유롭게 하는 순간인 것이다.

*아미시 공동체의 꼬꼬마친구들이 나를 보고 “헐!” 하는 표정으로 유니콘 보듯 신기하게 쳐다보는건 별개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아이들이니 괜찮다. 애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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