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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에서 만나 나

나는 나 - 자기다움

by 이연화

《민들레는 민들레》 김장성 글, 오현경 그림 / 이야기꽃


《책소개》
민들레는 흔하고 가까우면서도 예쁘다. 게다가 피고 지고 다시 싹 틔우는 생명의 순환을 거의 동시에 다 보여준다. 그래선지 어린 독자들에게 민들레의 한살이를 보여주는 생태 그림책이 적지 않다. 이 책도 민들레의 한살이 모습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민들레가 온몸으로 전하는 또 다른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주기를 소망한다. 자기다움의 이야기, 자기 존중의 이야기, 그래서 저마다 꿋꿋하자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그림책이다.


도시에 사는 한 식물이 어떻게 자라나고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힘주어 말함으로써, 작고 약한 생명들이 삭막한 환경을 꿋꿋이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무엇보다 우리 삶 속에서 가장 평범한 것들이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자기다움, 자기 존중의 이야기
《민들레는 민들레


책 속에서 찾은 나!

대인기피증과 불안장애가 심했을 당시

난 집안에서만 생활을 했다. 병원 가는 것도 언니와 함께 다니면서도 고개를 떨군 채 바닥을 보며 다녔다.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소름이 끼치고,

다리에 힘이 풀려 바로 주저 않았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괜찮아'

말하면서 나를 안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났을 무렵에

혼자 병원에 나서 보았다. 두렵기도 했지만

언제까지 언니한테 눈물을 흘리게 할 수는 없었다.


병원 진료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오던 길에

동네 작은 서점에 들렀다.

한적한 서점 안에 들어서자 콧속으로 서점만의 향기가 느껴졌다. 계단을 내려가 책진열대에서 《민들레는 민들레 》

책을 만났다.

파란색 표지는 하늘을 연상시켰고, 조각이 나간 컵화분에

심어진 민들레가 있었다. 하얀 봉우리에서 후~불면 날아갈듯한 모습이었다.

그림책을 펼치며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렇게 목놓아 울고 난 뒤 정신을 차려보니 따뜻한 물이 담긴 종이컵과 휴지가 놓여있었다. 이런 배려를 내가 받다니!

나도 배려를 받을 사람이었구나! 사장님께 감사인사를 했다. 눈물범벅된 그림책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왠지 모르게 속이 시원했다. 울고 나서 그런가 싶었다.

집에 돌아와 반복해서 그림책을 읽었다. 왜 그리 눈물이 난거지 궁금하기도 했다.


여기저기 피어있는 민들레!

있는 듯 없는 듯 추운 겨울인데도 해만 나면 꽃을 피우려 노력하는 끈깄는 민들레!


민들레는 나의 마음을 따스하게 비춰주는 듯했다.

그러면서 말했다.


" 너는 너야 "

누구도 널 대신할 수 없어. 널 사랑해 주렴!


그래.

보잘것없는 들풀들도 다 이름이 있듯이

나는 나다.

아픈 나도 나!

상처 입은 나도 나!

어린 절의 활기찼던 나도 나!

나는 나니까

나답게 살아가는 거야.


나답게 말이야.


그 뒤로 아픔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찾으려 노력했다.

조금씩 밝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언니들은 감사해했다. 그리고 응원을 해주었다.


역시 울 막내 최고라고! 잘 이겨내고 있다고! 대견하다고!


민들레가 보여주듯 나답게 열심히 살아가자고

오늘도 나는 민들레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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