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저편에 숨겨두었던 나를 만나다
기억 저편에 숨겨두었던 나를 만나다
듀크와 곰 오리건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듀크는 빨간 코를 붙이고 다니는 광대고, 오리건은 재주를 부리며 서커스단에서 살아가는 곰이다.
어느 날, 오리건이 듀크에게 자신을 숲으로 데려다 달라고 말한다. 듀크는 망설이다 오리건과 함께 피츠버그를 떠난다.
걷고, 차를 얻어 타고, 기차에 몸을 실으며 미 대륙을 가로지른다. 좁디좁은 서커스장에서 드넓은 자연으로, 잿빛 도시에서 황금빛 들판으로.
듀크와 오리건은 계속 나아간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왜 살아가는가?
나는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오래된 질문을 꺼내본다.
어린 시절에는 다양한 꿈을 꾸었다.
선생님, 간호사, 경찰, 외교관등...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고, 현실이란 벽을 마주하게 된다. 살아가면서 꿈을 꾼다는 것만으로도 ‘속 편한 소리 한다, 속없다, 살만한가 보다.’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다람쥐 쳇바퀴돌 듯 매일 같은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딸로서, 삼 남매의 엄마로서, 누군가의 아내로서….
누군가의 ‘누구’로 불리는 삶에 익숙해져 있지만,
정작 ‘나’는 어디에 있는지 잊곤 한다.
의무와 책임, 해야만 하는 것들에 떠밀려 하루를 버텨낸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걸까?라는 물음이 가슴 한가운데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일까.
문득,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목적 없이, 아무 계획 없이, 그냥
듀크와 오리건처럼 모든 것을 훌쩍 벗어던지고 떠나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마음만으로도 가슴이 조금은 벅차올랐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꿈꾸는 걸지도 모르겠다.
현실이 답답할 때, 막막할 때 버스나 기차에 타기도 한다. 난 주로 바다를 찾는다. 넓고 탁 트인 노을 진 수평선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안정되고, 부딪치는 파도 소리에 머리도 맑아졌다.
듀크와 오리건은 가문비나무가 가득한 숲 오리건에 도착한다. 오리건은 자유롭게 숲 속을 달려가고,
듀크는 오래도록 붙이고 다녔던 빨간 광대 코를 떼어낸다.
듀크도 진짜 '자신'을 만나게 된 것인가?
듀크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오래도록 먹먹했다. 듀크는 여전히 길 위에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과 다르게 자신이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오리건의 여행>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꿈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어른인 나에게 더 깊은 울림을 남겼다. 잊고 지내던 나의 진짜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해 주었다.
언젠가 듀크와 오리건처럼, 나를 찾아 떠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또한 안겨 주었다.
가끔 이 책을 꺼내어 다시 펼쳐 본다.
바쁘고 지친 날, 또다시 나를 잃어버릴 것 같은 날에.
“진짜 나로 살아가기 위한 용기는, 아주 작은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그 시작의 첫걸음을 내딛게 해주는 따뜻한 등불 같은 책이다.
당신이 잊고 지낸 ‘진짜 나’는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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