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찾아올 때

얼어붙은 마음, 조금씩 풀어내는 시간

by 이연화


나는 평소 예민하고 긴장도가 높은 성격이다. 좋은 생각을 하려고, 마음을 편안히 가지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낯선 사람이나 학부모님처럼 친근함을 강하게 내보이는 사람을 마주하면, 몸이 먼저 굳어버리고 머리는 하얘진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지인과의 안 좋은 일을 겪은 뒤, 나는 마음 한편에 방어벽을 세우게 되었다. 그 경험이 내 몸과 마음을 더 예민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순간순간 얼어붙는 내 반응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지키려는 자연스러운 신호다.

몸과 마음의 불안을 이해하고 돌보는 과정을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치유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이 찾아올 때가 있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고, 작은 틈만 나면 불쑥 모습을 나타낸다. 당황스러움과 견디어야 하는 건 오롯이 내 몫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불안은 더 심해진다.
갑자기 들려오는 앰뷸런스 소리와 자동차 경적소리,
빨리 달려오는 자전거 소리에도 불안장애가 올라온다. 가방엔 항상 비상약과 생수는 외출 시 필수품이 되었다.

오늘도 자동차 사고를 마주하게 되면서
발작증세가 올라왔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뛰었다. 몸에 힘이 빠지고, 몸이 떨려왔다.
심호흡을 해보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일단 비상약을 먹고, 눈을 감았다.
'괜찮아. 아무 일 없어. 괜찮아.'
스스로에게 말을 하며 다독였다. 몸이 떨려와 치아가 부딪쳤다.
몸을 먼저 다독이는 작은 루틴을 실천하면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진다.

양 발바닥을 땅을 딛고, 허리를 곧게 세웠다.
'나는 안전해. 이곳은 안전한 곳이야.'
지금 이 공간은 안전하다는 신호를 몸에 준다.

손가락과 발가락, 어깨를 가볍게 움직였다.
경직된 몸이 조금씩 풀리며 긴장도를 낮췄다.

숨을 들이마시고, 길게 내쉰다.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하며 내쉬는 숨으로 불안을 내보낸다.

자연의 소리에 찾아 그 소리에 집중한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를 떠올리거나 나무, 하늘, 꽃들을 바라본다.

속으로 안전 문구를 반복하며 말한다.
“나는 안전하다. 나는 통제할 수 있다.”

20여분이 지나면 조금씩 불안이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며칠 동안은 발작 후유증으로 고생을 해야 했다.

단순하지만 생각보다 쉽진 않았다.
불안증세가 올 때마다 순서대로 해보면서 익숙해졌다. 내 몸과 마음을 지키는 길이기에 연습도 필요했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발생 횟수가 줄어드는 것뿐이다. 불안증세를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외출이 두렵지만은 않았다. 상담과 치료를 6년 동안 꾸준하게 받아 오면서 터득한 방법이다.

외출이, 산책이 두렵진 않다. 조금 긴장이 될 뿐이다. 그럼에도 가끔 망설여질 때가 있다.
얼어붙은 마음은 단단해 보이지만, 조금씩 풀어낼 수 있다. 발바닥으로 느끼고, 손가락을 움직이고, 숨을 내쉬고, 시선을 돌리고, 속으로 다독이면 불안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저 나를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을 기억하며 이겨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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