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반복되는 작은 철학

정류장에서 배운 것

by 이연화

<토끼와 거북이는 결국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


아침,
정류장 바닥은 아직 밤의 차가움을 품고 있다.
5609번 버스가 5분 후에 도착한다는 버스정관판을 보고, 책을 펼쳤다. 잠시뒤 출발하는 버스를 보고는

서둘러 일어나 뛰었다.

쌔앵~~
백미러를 팔랑이며 멀어지는 버스.

멀어지는 버스 꽁무니만 바라보며 오늘 하루 일진이 좋지 않겠다 생각이 들었다.

'5분 후에 온다메, 3분도 안 됐는데.'

애꿎은 전광판을 보며 원망했다가,
책 읽지 말고 계속 확인할걸 하며 자책했다.


미리미리 준비하고 나와도 버스를 놓칠 때가 있다.

잠시 핸드폰을 보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계속 주시하고 있을 때도 찰나의 순간으로 놓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버스기사를 탓하기보다 나를 탓하게 된다.

"버스 떠난 뒤에 손 흔들어 봤자 소용없는 벱여."
엄마의 말이 떠오른다.
엄마의 말이 오늘따라 너무 딱 맞아떨어져
혼자 피식 웃었다.


정류장에 남은 사람들은 서로 모른 척 서 있지만
사실은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는 걸 서로가 알고 있다.
‘아, 놓쳤네.’
그리고 곧,
‘뭐, 별수 없지.’
다음 버스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버스 손잡이를 잡고 햇살이 눈부심 때문에 눈을 감았다.


갑자기 소곤소곤 말소리들이 들려왔다. 어수선함에 눈을 떠 앞을 살폈다.
길가에 멈춰서 있는 버스가 보였다.
바로 내가 놓쳤던 버스였다.

버스 기사가 앞문을 열고 사람들을 태웠다.
제시간에 버스를 탄 사람들,
한눈팔다 버스를 놓친 사람들,
조금 저 일찍 나와 기다리던 사람들까지
모두 내가 탄 버스로 옮겨 탔다.
버스 안은 금세 빽빽해지고, 사람들의 체온과 숨소리가 가득 찼다.

조금 빨리 간 사람과 조금 늦게 간 사람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걸.
결국 우리는 같은 손잡이를 잡고, 같은 방향으로 흔들리며 가고 있다. 서두른 사람과 늦은 사람이
결국 같은 방향으로 가는 아침 풍경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나를 느긋하게 만들었다.


버스는 다시 움직였다. 창밖 풍경도 다시 흘러갔다.
나는 더 이상 시계를 보지 않았다.
조금 늦어도 괜찮고, 조금 빨라도 별일 아니라는 소소한 깨달음을 얻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sticker sti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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