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앞에서 배운 자기 돌봄
먹구름이 잔뜩 낀 흐릿한 날씨다.
마치 오늘의 내 마음 같았다. 우울하고, 가라앉은 마음이 묵직하게 가슴에 걸려 있다.
도서관에 들렀다. 빌린 책을 반납하기 위해서였다. 2주의 대출 기간 동안 결국 한 페이지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다시 반납하게 되었다. 이유는 눈 통증 때문이었다. 책을 펼칠 수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쉽게 나를 좌절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반납을 마치고 책장 사이를 천천히 걸었다. 무심코 ‘큰 글자 도서’라고 적힌 진열대가 눈에 들어왔다. 발걸음을 멈추고 하나하나 살펴보았지만, 정작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은 없었다.
그러다 우연처럼 《안구혁명》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큰 글자로 제작된 책이었다.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몇 개의 커다란 글자가 종이 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짙고 까만 글씨는 종이 뒤로 비치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먼저 흐려졌다. 이유 없이 슬퍼졌다.
책에는 안구건조증과 여러 눈 질환으로 삶의 불편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눈에 좋은 음식, 눈을 관리하는 방법들이 한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되어 있었고, 저자 자신의 경험도 솔직하게 녹아 있었다.
나 역시 안구건조증을 오래 안고 살았다. 하지만 그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지는 못했다. 조금씩 나아졌고, 환절기만 조심하면 괜찮을 거라 여겼다. 그렇게 버텨왔다.
그러나 시간은 눈을 봐주지 않았다. 안구건조증은 점점 심해졌고, 안압까지 높아지면서 통증이 일상이 되었다. 결국 병원 치료를 받게 되는 순간까지 도달했다.
평소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걸 좋아하다 보니, 눈의 피로는 차곡차곡 쌓여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강제 휴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안과 선생님은 노안, 안구건조증, 안압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날, 햇살이 강한 여름날에 증상이 더 심해질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책 속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몸은 천 냥, 눈은 구백 냥.”
몸이 아플 때는 힘들어도 회복을 기대할 수 있었다.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었기에 괜찮았다.
하지만 눈에 문제가 생기자 모든 것이 멈췄다. 외출조차 쉽지 않다. 바람이 불면 눈이 시리고, 햇살이 비치면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다. 눈물이 흐르고, 마음도 함께 내려앉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을 찾으려 애쓰는 나를 본다.
대견하면서도 안쓰럽다.
그래도 나는 그런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 주고 싶다.
포기하지 않는 나, 어떻게든 길을 찾으려 애쓰는 나.
지금은 잠시 힘을 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 시간 역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는 출발점이라 믿고 싶다.
이 단계를 잘 보살피고 돌보며,
조금 더 내 몸을 아끼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오늘은 그렇게 조용히 다짐해 본다.
쉰다는 말이 아직도 어색한 나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 속에서
몸이 먼저 멈춰버렸습니다.
이 글은 잘 쉬는 법을 모르는 여자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허락한 휴식의 기록입니다.
지금 멈춰 있는 당신도
결코 늦지 않았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건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