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사람을 부르고, 우연이 손을 내밀 때
북토크를 위해 대전에 있는 그리다 책방으로 향했다.
광명역 KTX에 가기 위해서는 50번 버스를 타야 했다. 한 시간에 한 대뿐인 버스라,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하루의 리듬이 어긋난다. 다행히 버스를 놓치지 않았고, 역에 도착하니 열차 출발까지 한 시간 남짓 여유가 생겼다.
기다리는 동안 카페에 들러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커피의 향과 갓 구운 빵 냄새가 공기 속에 번지며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주었다. 창가 자리에 앉아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오늘의 일정처럼, 이 책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나를 이 자리로 데려오고 있었을지 모른다.
눈이 부시고 시큰거렸지만, 잠깐이라도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블루라이트 기능이 있는 돋보기안경으로 바꿔 쓰고 조심스럽게 페이지를 넘겼다. 문장 몇 줄을 따라가다 눈물이 차올랐다. 이유를 정확히 짚을 수는 없었다. 그저 마음이 먼저 반응했을 뿐이다.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 숨을 고르며 다시 책으로 돌아왔다.
그때 앞자리에 앉아 있던 한 여성분이 말없이 휴지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와 함께 눈물을 훔쳤다. 아마도 그녀는 내가 읽고 있던 책 때문에 울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틀리지도, 맞지도 않은 추측이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시선에는 걱정과 조심스러운 연민이 담겨 있었다. 모르는 사이였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건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마음이었다.
고마움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지 잠시 망설이다가, 가방 속에 넣어둔 책 한 권을 꺼냈다. 여분으로 챙겨 온 책이었다.
“아이고, 이 귀한 책을 안 주셔도 되는데. 동생 같아서 오지랖을 부렸네요.”
“아니에요.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책을 좋아하실 것 같아서요.”
“잘 읽을게요.”
그녀는 웃으며 책을 받아 들고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나는 그 모습을 조용히 뒤로한 채 카페를 나섰다. 이름도, 다시 만날 약속도 없는 사이였지만, 책 한 권이 우리를 잠시 연결해 주었다.
책은 이렇게 사람을 부르고,
우연은 이렇게 손을 내민다.
그리고 연대는, 아주 사소한 친절의 형태로 조용히 완성된다.
그날의 이동은 대전으로 향했지만, 마음은 조금 더 가까운 곳으로 다가온 기분이었다.
오늘은 행복과 감사가 함께한 하루였다.
그래서 마음이, 한결 가볍고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