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해를 기다리는 시간
오늘 멘토님과 통화를 했다.
새 휴대폰을 구입한 뒤 첫 전화를 나에게 걸어주셨다고 했다.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나를 먼저 떠올려 주셨구나.’
요즘 나는 안과 치료를 받으며
조금 느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눈의 피로가 쌓이고 안압이 높아지면서
수업도 줄이고, 글 쓰는 시간도 잠시 내려놓았다.
예전처럼 활발하게 움직일 수 없는 시간이 되자
마음도 덩달아 무거워졌다.
그런데 오늘 통화를 하며 어린 시절의 겨울 풍경이 떠올랐다. 우리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셨다.
봄에는 모내기를 하고
여름에는 논밭의 잡초를 뽑고
가을에는 곡식을 거두었다.
그리고 겨울이 오면 논과 밭도 함께 쉬었다.
겨울은 농부들에게 잠시 숨을 고르는 계절이었다.
엄마는 모시를 엮어 옷감을 만들었고,
아빠는 다음 농사를 위해 새로운 작목을 배우셨다.
겉으로 보면 쉬는 시간 같았지만
사실은 다음 해를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린 시절, 나는 겨울을 좋아했다.
눈이 오면 밖에 나가 놀 수 있었다. 엄마가 쪄 주던 고구마와 시원한 동치미를 먹으며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 있으면 금세 잠이 들곤 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포근한 기억이다.
지금의 나에게도
그런 계절이 찾아왔다는 것을.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
책 작업도 하고 수업도 들으며 앞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왔다. 그리고 지금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찾아왔다.
처음에는 그 시간이 멈춤처럼 느껴졌다.
이 시간은 멈춤이 아니라 쉼이라는 것을.
땅도 쉬어야 다음 해 농사가 가능하듯
사람도 쉬어야 다시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나에게 주어진 쉬어가는 계절을 보내고 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씨를 뿌리고, 천천히 나의 농사를 지어 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알알이 영근 열매를 거두게 될 것이다.
지금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쉼은 한 걸음 내딛기 위한 도움닫기 시간으로 생각하며 조금은 쉼 다운 쉼을 갖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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