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부의 정

부부간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

by 이연화

오랜만에 남편과 외출을 나섰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 남편의 등산 약속이 취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브런치를 먹고 나서 남편에게 투썸에서 커피 한잔 마시자 청했다. 피곤하다며 그냥 잔다고 했다. 휴일이라 남편과 시간을 보내며 남편에게도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에 청한 것이었는데 나만의 생각이었구나 싶었다. 그 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온 아들이 아빠에게 말했다.

"아버지! 엄마랑 커피숍 같이 가서 차라도 마시고 와. 엄마는 커피숍 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싶은가 본데."

"됐어. 엄마 기분 상했어. 나도 안 가" 하며 노트북을 켜며 원고를 열었다.

"아버지 너무하다. 친구들이랑 큰아빠들이 부르면 피곤하다면서도 나가면서 엄마랑은 맨날 펑크 내고"

아들의 잔소리에 신경이 쓰였는지

남편은 툴툴대며 말했다.

"커피는 집에서 먹어도 되는데 커피숍에서 마시는 커피는 다른가?"

"커피맛으로 가나 분위기 때문에 가는 거지. 힐링도 하고, 날씨도 센티하고"

"나가려면 씻어야 하는데 귀찮게"

"자기는 나랑 커피 마시는 거 싫어, 난 자기랑 오랜만에 투썸 가서 데이트 좀 하려 한 건데 싫으면 나만 가지 뭐"

나는 옷을 갈아입으며 나갈 채비를 하며 남편의 행동을 살펴보았다. 주섬주섬 옷장에서 바람막이 점퍼를 커내 입고 나와 신발을 신었다. 나도 서둘러 책 한 권과 다이어리를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섰다.

투썸에 도착해 아메리카노와 자몽레몬차, 조각 케이크를 주문하고 창문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진동벨이 금방 울렸다. 주문한 음료와 케이크를 들고 자리로 돌아와 남편 앞에 남편이 주문한 자몽레몬차와 케이크를 놓아주었다.

"자기야! 그거 먹기 전에 아메리카노 한 모금과 케이크 잡숴봐."

남편은 내가 먹어보란데로 케이크를 조금 떼어 입에 넣고 오물오물 맛을 음미했다.

"이번엔 자몽레몬차 한 모금이랑 케이크 잡숴봐?"

"어때! 차이가 있지?"

"똑같은데"

"그래! 울 신랑 자주 데리고 나와야겠네"

남편은 금세 자몽레몬차를 물 마시듯 넘겼다.

"자기야! 왜 그리 빨리 먹어.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마셔야지."

"쪼금밖에 안 되는데 금방 먹겠구먼"

투썸 분위기에 조금은 익숙해져 가는 듯한 남편의 모습을 보니 귀엽게 느껴졌다. 남편은 새로운 장소에 가면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남편과는 달리 나는 새로운 곳을 가도 관찰하고 살펴보느라 신이 나는 것과는 상반 대였다. 지금은 나 또한 새로운 곳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생겼지만 처음부터 긴장했던 적은 없었다. 남편이 긴장한다는 것은 건강검진을 위해 함께 더 좋은서울내과에 갔었을 때 알게 되었다. 긴장한 탓에 진찰실을 들어가야 했는데 주사실로 들어가려 하는 남편을 보고 진찰실 거기 아니야 하자 남편은 '긴장되네'하며 혼잣말을 했다.

그때부터 병원을 갈 때면 함께 가게 되었다. 익숙해지자 지금은 혼자서도 잘 다니지만 그러기까지 경험을 하며 익숙해지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25년 동안 결혼생활을 해오면서 20년이 지나고 나서야 남편의 대해 한 가지씩 파악하게 되었다. 그 후로 남편과의 시간을 갖으며 남편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으려 했다. 남편에 대해 이해하게 되자 관계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해 갔다. 같이 있으면 불편하고 불안했는데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며 같이 있음에도 편안해졌다. 부부의 연을 이어가는 동안은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의 시간인듯하다.

다툼, 불화, 불신의 시간을 지나니 믿음과 동정, 연민 등이 느껴졌다. 이런 마음들이 '정'이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모든 일이든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정'은 무섭다. 그중에서도 '정'이라는 감정은 모든 역경과 고난을 함께 견디어 낸 부부의 정이 가장 끊기 어려운 인연 같다.

오늘도 남편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자몽레몬차 한잔을 10분 만에 다 마신다는 것을!

자꾸 아메리카노가 담긴 내 컵을 들여다본다.

집에 가고 싶은가 본데 난 더 투썸에 머물르고 싶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머무르는 상황도 행복한 추억이기에...

오늘도 나는 일상을 기록한다. 소소하지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는 이 시간을 충분히 누린다.


#남편과의 시간 #부부 #정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