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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광현 Aug 21. 2022

스님, 정말 이렇게만 애를 키워도 될까요

책 법륜스님의 엄마 수업

막대사탕 하나에 눈부신 웃음을 짓고 별거 아닌 것 같은 일에는 작은 몸을 쥐어짜며 통곡을 합니다. 등에는 태엽을 달고 있는지 지치지도 않고 뛰어다니며 반복된 장난에도 증을 모릅니다. 유아 애니메이션 콩순이의 동생 콩콩이를 너무나 좋아하며 숨바꼭질을 잘합니다. 이 녀석은 너무나 사랑하는 세 살 배기  아들입니다. 늦은 나이에 얻는 아이라서 그런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지만 생각처럼 체력은 따라주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행복과 비례하여 걱정이 늘어갑니다. 제 삶의 반면교사인 아버지와는 반드시 다르게 살고 싶었기에 와이프의 임신 전부터 준비도 하고 출산 후 육아도 같이 하고 있지만 냉정히 바라보면 저는 마음과는 달리 아직도 부족한 초보 아빠일 뿐입니다. 

     

SBS에서 방영한 골목식당은  목적이 골목상권을 살리려는 대외적인 이유가 컸으나 사실은 자영업이 이리 힘이 드니 함부로 시작하지 말라는 백종원 씨의 메시지도 전달하고 싶어서 방송이 기획됐다고 합니다. 실력을 기반으로 준비를 잘해도 어려운 일이 자영업인데 생각 없이 하다간 크게 망할 수 있다는 시각이 방송에서 종종 보인 호통에서도 묻어났었습니다. 같은 관점으로 요즘 유행하는 육아 프로그램을 보면 부모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그 심각성에 골목식당 보던 것처럼 편안히 즐기기는 어려웠습니다. 잠시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방송이런 마음으로 보았겠구나라는 생각해보니 제 이해의 좁은 폭이 느껴졌습니다. 방관자의 입장으로 방송을 보니 절박함보다는 예능으로 먼저 받아들였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육아 관련 방송에선 폭력성이 강한 아이, 의존성이 지나친 아이, 무기력한 아이 등등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라면 무관심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이어집니다. 특수한 사례라 방송에 나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제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에도 점점 영향을 미쳐 어느새 그늘을 드리웁니다. 아이의 작은 행동도 과하게 걱정하여 부정어를 남발한다거나(안돼, 하지 마) 버릇이 나빠질까 아이의 모든 투정을 받아주지는 않고 나름 엄하게 혼을 내게 될 때 내 방식이 맞는 건지 스스로를 의심하게도 됩니다.


다행인 건지(?) 시중에는 너무나 많은 육아 인플루언서와 전문가들의 육아정보들이 떠돌아다녀 의문이 즉각적으로 해소되기는 합니다만 아이들 저마다의 성향과 상황이 다를진대 진위여부를 알 수 없는 정보에 의존하며 애를 키우기도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망설이고 고민을 해봐도 결국엔 부모의 의지가 중요하기에 마음의 중심을 잡는 방법을 익숙한 책 읽기를 통해 찾아보게 됩니다.

            




법륜스님의 엄마 수업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언뜻 봤을 때 육아를 해볼 일이 없는 스님이 아이 엄마를 위한 책을 쓰셨다기에 어떤 책인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내용을 보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육아의 기술보다는 엄마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 중점을 둔 말 그대로의 수업에 가깝습니다. 정확히는 마음 수업입니다. 육아로 힘들어하는 엄마들에게 스님이 어떤 위로를 해주실지 궁금한 마음에 아빠의 입장으로 빠르게 책장을 넘겨 보았습니다.


번뇌에 빠진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한 즉문즉설. 정토회에서 활동을 하시며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었 법륜스님의 혜안에 대한 제 오해컸을까요. 책의 절반을 넘길 때까지 페이지마다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내용을 축약해보면 스님은 인연론을 설파하시면서 엄마의 희생을 첫 번째로 강조합니다. 여자가 아닌 엄마라는 사실부터 자각시켜 주십니다. 당연히 준비가 안됐다면 아이는 절대 낳으면 안 되고 낳았으면 반드시 엄마가 책임져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으로 수업은 시작이 니다. 아이가 찾는 것은 당연히 엄마이므로 역할에 갈등이 생긴다손 치더라도 육아는 엄마 본연의 역할이기에 최소 3년은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며, 생활이 걱정이 되면 집을 팔아서라도 아이를 키우는 게 옳다, 아이가 밥을 안 먹으면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냥 밥그릇을 치우면 고 친구들끼리 싸워서 맞고 돌아오면 별로 중요한 건 아니니 툭툭 털고 일어나게 달래주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이 정도에서 쉽게 끝나지 않는 수업은 갈수록 더 제 이해의 테두리를 두들겨 댑니다. 나이 드신 어른들은 생각이 바뀌질 않으므로 그냥 예예하면서 들어드리는 게 현명하며 남편이 바람이 나도 남편에 대한 미움을 없애는 게 최선이다라는 세태와는 동떨어진 해결책을 주십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라는 놀라움이 넘칠 때쯤 끝맺음으로 엄마가 행복해야 자식도 행복하다는 다소 앞뒤가 맞아 보이지 않는 결론으로 수업이 마무리가 됩니다.


설명을 걷어내고 짧은 글로 요약해보니 자극적으로 보이긴 하나 제가 받은 인상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현실의 곳곳에서 부딪치는 여성들의 고통을 마취 없이 도려내는 느낌이 이럴까요. 질문을 던지는 여성은 정말로 해답을 모르고 질문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실제로 책 속에 나오는 엄마들의 질문을 곱씹어보면 저에겐 깊은 공감과 위로를 원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공감은 문제의 해결과는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기에 스님께서는 단호한 해결책에서 나오는 불편함을 감수하시고 제시했을 것이라 짐작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엄마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게 됩니다. 스님은 여성의 삶과 엄마의 삶을 분리시켜서 설명하셨습니다. 자신이 없으면 결혼도 육아도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말입니다. 자신이 소중하다면 자신만 책임지라는 단순 명쾌한 논리지만 늘 욕망하고 망설이며 실수와 걱정이 많은 우리에겐 그 분명한 길이 너무도 버거워 보입니다. 힘들어도 자식을 위해 수행을 하라는 오롯한 그 말씀에 속으로 스멀스멀 반감이 피워 오르다가 한편으론 이러는 제가 우습기도 해 경망된 생각을 지웠습니다. 물어봐놓고 기껏 대답해줬더니 뭐 어쩌라는 것이냐라는 환청이 들렸다고 할까요. 이기심을 없애고 보면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다만 애써 외면하고 자신의 편의만 생각하니 불편했던 거겠죠. 엄마를 위한 수업이라지만 아빠도 같은 책임이 있기에 과하게 감정을 이입해 이도 저도 아닌 감상만 남았습니다. 사랑할 때와 놓아주어야 할 때를 정확히 알면 우리 아이가 행복해진다는 스님의 말씀에서 라인홀트 니부어의 평온을 비는 기도가 떠올랐습니다. 글을 마무리 하지만 앞으로 책을 읽어보시거나 이미 읽으신 분들의 감상이 궁금합니다.



평온을 비는 기도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또 그 둘의 차이를 구별하는 지혜를 주소서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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