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독후감, 속초 여행
속초를 가기 위해 동서울 터미널에 왔다. 이 건물은 내가 처음 방문한 십오 년 전부터 변하지 않고 그대로다. 버스에 타서 짐을 짐칸에 싣고 좌석에 앉았다. 날씨는 좀 춥지만 햇볕이 따듯해서 여행 가기에 좋은 날씨다. 창 밖으로는 한강이 반쯤 얼어있다. 속초가 관광지라서 그런지 탑승객 중 친구들, 연인들이 많다. 다들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에 기분이 좋아 보인다.
겨울이라 그런지 주말인데도 속초 가는 길이 막히지 않았다. 속초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조금 기다리니 가족들이 도착했다. 이번 여행은 어쩌다 보니 가족 8명이 함께한 대규모 여행이 됐다. 속초에 자주 와봐서 크게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가족들이 함께 다니니 즐거웠다. 다들 잠시나마 복잡한 일은 잊고 여행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평소에도 너무 복잡하게 살지 말고 해피하게 살자는 생각을 했다.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스트레스받으면서 사나 웃으면서 사나 인생은 한 번이다. 누구나 힘든 일은 있겠지만 힘든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행복한 점에 집중하면서 살면 된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이 생긴 걸까?',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할까?' 나를 힘들게 하는 일에 신경이 쓰인다. 그러지 말자. 시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놓아주자.
소설 '모비딕'에서는 고래를 쫓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자신에게 불행을 선사한 고래를 평생 쫓으며 본인의 삶을 파괴하는 남자를 소개한다. 그 광기가 어떻게 자신과 주변을 망치는지 보며 읽는 이로 하여금 '나의 삶은 저 남자의 삶처럼 살지 말자'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책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책의 줄거리]
이슈메일은 바다로의 여행을 떠나기 위해 포경선 피쿼드호를 탄다. 이 배의 선장 에이해브는 한쪽 다리가 없으며 그 자리를 고래의 뼈로 만든 의족이 대신한다. 모비딕이라는 고래에 의해 한쪽 다리를 잃고 선장의 목표는 오로지 모비딕을 잡는 것이 됐다. 배는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을 항해하며 모비딕을 찾아 나선다. 결국 모비딕을 찾은 에이해브와 그의 선원들은 모비딕을 잡기 위해 3일간의 사투를 벌이다 모두 죽는다.
[줄거리 끝]
에이해브는 자신의 다리를 앗아간 모비딕을 잡기 위해 온 인생을 바쳤다. 40년이 넘게 바다에서 생활하며 육지에서 산 시간은 3년 남짓이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으며 그리움이라는 인간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살아간다. 또 오직 목표만을 생각하면서,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게 되는 등 인간성을 상실해 간다. 자신의 다리를 파괴한 고래에 집착하며 자신의 인생을 파괴했다.
고래는 그냥 고래일 뿐이다. 고래는 인간이 자신을 공격하기에 생존에 대한 본능으로 에이해브를 공격한 것이다. 과거에도 그렇고 에이해브가 3일간의 사투를 벌인 지금도 그렇다. 선장이 모비딕을 굳이 찾아 나서지 않았다면 그들은 고래에 의해 죽지 않았을 것이다. 모비딕이 악하다고 정해버린 것은 에이해브 선장이다. 그리고 그 의미부여와 집착 때문에 선장은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파괴했다. 한 사람의 인생뿐만 아니라 자기 배의 선원 모두를 죽게 했다.
배의 일등 항해사 스타벅은 선장을 말린다. 포경선의 목적은 향유고래의 기름이었다. 그들은 고래의 기름을 가져와서 그들에게 투자한 선주와 선원들에게 이익을 분배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선장은 그 의무를 잊고 광기에 사로잡혀 모비딕을 사냥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스타벅은 선장에게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자고 말했다. 그는 선장을 일깨우고 포경선과 선원들의 실리를 찾으려고 했지만 선장은 일등항해사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일등 항해사는 에이해브의 광기를 알아차리고 그를 막으려 한 '이성'이다. 광기에 사로잡힌 선장과 그에게 동조하는 선원들 사이에서 냉철한 이성을 유지한다. 하지만 선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침몰하는 배와 함께 죽는다. 스타벅은 선장을 말리지 못하고 함께 죽었지만, 우리는 그러면 안 된다. 우리는 광기에 사로잡힌 선장의 배에 탑승하면 안 된다. 그 배에 탔더라도 냉철한 이성을 유지하며 끝까지 광기와 함께 침몰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삶이라는 포경선에 탔다. 인생을 항해하며 행복하게 살고, 자신의 추구하는 가치를 쫓으며 살면 된다. 삶을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시련을 마주할 수 있다. 그 시련들은 누구에게나 닥친다. 하지만 그것은 바다 위 폭풍우처럼 언젠가 지나가기 마련이다. 폭풍우에 입은 피해에 분노하며 비바람을 상대로 싸우려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지나가는 시련을 미워하고 거기에 집찰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 펼쳐질 내 삶에 집중하며 살아가면 그만이다.
우리는 폭풍우에 분노하며 살지는 않는가? 내가 처한 환경이 불행하다, 누군가가 나를 괴롭혀서 밉다 등 내가 처한 상황의 불행에 집착하지는 않는가? 그럴 필요가 없다. 거대한 바다 같은 삶 속에서 내 입맛에 맞는 상황만이 찾아올 수는 없다. 날씨가 좋은 날도 있을 거고, 열대지방의 스콜을 만날 수도 있다. 그때마다 상황을 극복하고 남은 항해를 잘 마무리하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쫓고 있던 모비딕이 있다면 놓아주자.
스타벅은 "나는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내 배에 태우지 않겠다."라는 말을 한다. 위험을 모르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광기이며, 위험을 알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메시지다. 노자도 도덕경에서 무모한 용기를 지양하라고 했다. 마이클 타이슨은 말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맞기 전까지." 상대를 봐가며 싸우라는 조언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세상 하고는 싸우지 말자.
속초 중앙시장은 정말 추웠다. 영하 10도의 날씨에 바람이 세게 불었다. 그래도 오징어 누룽지 순대를 먹어보겠다고 40분 넘게 칼바람을 맞으며 줄을 섰다. 아니나 다를까 밤에 컨디션이 안 좋더니 다음날 몸이 으슬으슬했다. 가족들이 걱정을 해주며 일요일에 연 약국을 찾아 데려다주었다. 종합감기약을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니까 좀 회복된 것 같다. 가족의 따듯함을 느끼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책 소개]
모비딕은 원래 방대한 분량인데 나는 우연히 친구 집에 있던 축약본(?)을 읽었다. 원래 버전에는 고래에 대한 백과사전 지식까지 들어 있다고 한다. 모비딕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분들은 이 버전(출판사 자화상)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인간과 자연의 거친 대결을 묘사하며 재미있게 읽히는 이 소설은 많은 상징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모비딕을 악의 대상으로 보고, 누군가에게 모비딕은 그저 돈벌이의 수단이다. 자연 혹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