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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단어(2): 관세와 숨은 짱구찾기

by 빅초이

글/그림: 빅초이


단어 1. Tariff: 관세

Notes_250418_212401 (1).jpg 하나 둘 셋 하면 쏘긴 쏠건데 너는 쏘지마


세금을 때려서 ‘따립’

어원: 아랍어 ta’rif(따립)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따립’은 본래는 ‘가격표’를 뜻했는데요.


그러다가 정부가 항구에서 거래되는 물건들에 세금을 붙이면서

이렇게 가격을 알려주던 ‘따립’은 '세금'이라는 뜻이 되었고,

이후에는 'Tariff: 관세'를 뜻하게 됩니다.


중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무역항에서는
아시아에서 온 향신료나 비단을 팔 때,
가격표를 물건값 따로, 세금 따로 구분해서 붙였다고 해요.


지나치게 수입이 많이 되지 않게 국산품을 보호하고,

항구를 운영하는 비용도 거둬들이기 위해서였죠.

지금의 이탈리아어에서도 tariffa(타리파)라는 단어가

요금표’라는 뜻으로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tariff(관세)**는 외국 물품에 대한
그 나라의 입장을 보여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자국 산업에 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무겁게 **관세(tariff)**를 부과했던 것이죠.



단어 2. Protectionism: 보호주의

어원: 라틴어 pro(앞에서) + tegere(덮다)
→ 다치지 않도록 앞에서 덮어주고 보호한다는 뜻입니다.

라틴어 tegere(테게레)가 쓰인 단어에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어요:


**Detect (탐지하다, 드러내다)
→ de(반대) + tegere(덮다) = 덮인 것을 벗겨 드러내다

**Integral (완전한)

→ in(안에) + tegere(덮다) = 안에 잘 덮여 있어서 온전한

**Integer (정수) [발음은 '인티저']

→ in(부정) + tegere(덮다) = 덧붙인 것이 없는 ‘순수한 수’
예: 2와 ½, 3.14처럼 소수나 분수가 붙지 않은 -2, -1, 0, 1, 2, 3처럼 깔끔한 수


부모가 아이를 보호(protect)하듯,

국가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지키려 합니다.

특히 돈이 오가는 무역에서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서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자국의 상품에는 보조금을 주는 등
Protectionism, ‘보호무역주의’를 따르게 됩니다.



단어 3. Subsidy: 보조금

어원: sub- (아래) + sedere (앉다)


라틴어 subsidium에서 유래된 말로,
원래는 성벽 아래에서 대기 중인 예비병력을 뜻했습니다.
전장이 아닌 후방에서 ‘앉아 있는(sub-sedere)’ 병사들이었죠.


전투 상황이 심각해지면 이 병사들이 투입되어 전투를 보조하게 되었고,
그래서 subsidy는 무언가를 지원하거나 보태주는 것,
즉 보조금이라는 뜻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Notes_250418_214943 (1).jpg 행님 이거 받고 시마이해도 되겠는데예?

영어에서 sub-는 무언가의 아래 있거나 보조를 하는 느낌이 듭니다.

sub-(아래)를 접두어로 가진 다른 단어들도 함께 살펴볼까요?


**Subway (지하철)
→ sub(아래) + way(길) = 지하에 난 길


**Substitute (대체, 교체하다)

→ sub(아래) + statuere(세우다, 놓다)
= 따로 아래에 보관했던 것으로 대체하다


**Substandard (수준 이하의)
→ sub(아래) + standard(기준)
= 기준에 못 미치는, 부족한


**관세(tariff)**가 외국 물건을 비싸게 만드는 장치라면,
**보조금(subsidy)**은 돈으로 보조해줌으로써

국산품을 싸게 만들어주는 장치입니다.


단어 4. Retaliation: 보복

어원: 라틴어 re- (다시, 뒤로) + talis (같은 방식의)
→ 같은 식으로 되갚아 주다, 즉 보복


되갚는다고 하면 보통 ‘복수’를 떠올리게 되죠.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들을 살펴보면:

**Retaliation: 주로 국가나 조직이 공정하게 대응하는 보복

**Revenge: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복수

그런데 마블의 캐릭터들이 타노스 같은 빌런에게
복수하려고 모였을 때, Retaliators도 아니고 Revengers도 아니었죠?

Notes_250419_124055.jpg 호크아이임. 짱구 아님.

그들은 **Avengers(어벤저스)**였어요.
Avenge는 국가의 복수, 개인의 복수와는 다르게
타인을 위해 또는 정의를 위해 응징하는 뜻입니다.


단어 5. Escalation: 증가, 악화

어원: 라틴어 scala = 사다리, 계단
→ escalare = 사다리를 오르다
→ 점점 높아지다 → Escalation(상승, 격화)


우리가 잘 아는 **에스컬레이터(Escalator)**도
바로 이 단어에서 유래했답니다.

사람이 사다리타고 오르는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또한 Escalation은 갈등, 비용이 확대되는 상황을 의미하게 되었어요.


에스컬레이터 하니까 카메룬의 에스컬레이터가 생각나네요.
2020년, 아프리카 카메룬에 에스컬레이터가 처음으로 설치 됩니다.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를 신기해하며 길에 줄을 서서 탑승했죠.


사람들은 신이 나서 깔깔대기도 하고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기도 했는데,

스크린샷 2025-04-19 113841.png 카메룬의 사상 첫 에스컬레이터

그 모습이 에버랜드에서 놀이기구 타는 것과 같았죠.

Escalator, 계단만 오르는 게 아니라
즐거움과 공포도 escalation(상승)이었네요.


하지만 무역 이야기로 가면,
여기서 escalation은 계단이나 즐거움이 오르는 게 아닌

'가격을 상승'을 시킵니다.

Notes_250419_124646.jpg 가격도 저마이 오를겁니데이

예를 들어, 트럼프가 수입산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했을 때를 볼까요?

$1000이던 세탁기에 $200의 관세가 붙어 $1200이 됨

중간상인은 여기에 $100의 이윤을 더해 $1300에 판매

세탁기와 자주 함께 팔리는 건조기는 관세가 없었지만,
세탁기 가격도 올랐으니…’ 하며 슬쩍 건조기도 $1000-> $1300가격 인상

세탁기+건조기 세트가 $2000에서 $2600으로 인상

→ 결국 관세로 비싸진 물건은 소비자의 부담을 escalation(상승)시킵니다.




Notes_250419_125229 (1).jpg 미국 경제학의 대가 프리드먼. 대머리에 뿔테안경을 쓰면 대부분 장인입니다.

"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공짜 점심 따위는 없다.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한 말입니다.
누군가 공짜 점심을 얻어먹었다면,
어딘가에서는 그 대가를 지불했단 뜻이죠.


정부는 다른 나라에 관세를 매기며
마치 공짜 점심을 얻는 듯했지만,
그 점심값은 누가 내나요? 국민이 냅니다.


지금의 미국 관세는 25%, 한 계단 크게 올리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언제 멈출지 모르는 escalator처럼
끝없이 올라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섯 단어 복습

짱구만 기억하지 말고요...


Tariff

Protectionism

Subsidy
Retaliation

Esca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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