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익숙해지지 말아야 하는 데.

by 고병철

몇 년 전 MLB 강정호 선수의 부상이 안타까웠다. 여러 분석 중 하나는 주자의 베이스러닝 범위를 빨리 벗어나지 못한 게 좋지 않았다는 거다. 상대팀이라도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처지라, 서로 배려하고 배려받던 습관이 냉정하게(=공정하게) 최선을 다하는 무대에서 부상의 빌미를 줬다. 이러한 일은 모든 분야에서 발생한다.


외부 투자 없이도 좋은 제품을 개발해, 해외에서도 시장을 넓혀가는 의료회사가 있다. 상장에 한번 실패했지만, 실적도 좋고, 경쟁회사의 시총도 높아,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상당히 거래되었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주주 중에 경쟁사 직원이 있을지도 모르고, 회사 자체도 정보를 오픈하기 꺼려했다. 주주총회는 회사 상황을 직접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월요일 9시, 코엑스에서 열리는 주총… 일정만 봐도 참석하지 않으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알 수 있다. 평소보다 길이 막히면 어쩌나, 또 늘 주차가 복잡한 곳이라 일찍 출발했다. 9:00 직원들이 문을 닫았다. 늦게 와서 입장할 수 없는 주주들, 낯익은 심사역들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열어달라는 요청은 묵살되고 그렇게 주총이 끝났다. 불만이 가득한 그들에게 안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조용히 전달했다. 그들이 참여해도 안건 결의는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겠지만, 만약 그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면 여간 낭패가 아니다.


정시에 입장한 주주 만을 대상으로 진행한 회사가 잘 못한 것은 없다. 첨예한 이슈가 있던 주총에, 만약 늦게 도착한 주주를 기다려서 진행했다면, 그게 오히려 잘못된 거다.


일을 하면서 서로서로 상대방으로부터 양해와 배려를 받는다. 처음에는 미안하고 고마웠다. 반복되면 옅어지고, 어느덧 당연하다. 관행으로 익숙해진다.


하지만, 사소한 부분이 쌓여 큰 사단으로 터진다. 스스로 늘 경계하고, 제자리, 제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부슬부슬 가랑비에 뼛속까지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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