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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철 Nov 19. 2017

70. 벤처투자, 창업지원

정부출연연구소 인터뷰

정부출연연구소에서 벤처지원 정책 제안을 위해 현업에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시장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한 시간 반 동안 인터뷰를 했습니다. 일반적인 내용입니다만 생각을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질문) 투자재원은 많아졌다고 들었습니다. 실제 어떻습니까?  


신규 벤처 조합 결성액이 2015년 2.6조로 역대 최고였습니다. 2016년 3.3조로 갱신되었습니다. 2017년 8월까지 1.8조입니다. 금년 하반기 모태펀드가 8,000 여 억 원을 운용할 투자사를 선정했고, 년내 1.4조 원 신규 조합결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투자금액을 보면 2016년 약 1,200 업체에 2조 1,500억이 집행되었습니다. 2017년 8월까지 828 업체에 2조 4,900억 원 투자됐습니다. 신규 조합 결성과 실제 투자에는 시차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투자보다 신규 조합 결성액이 많습니다.


(질문) 하반기 모태펀드가 출자한 조합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투자하나요?


모태펀드는 출자할 투자사(운용사)를 발표하면서, 최소 결성액과 결성 시한을 정합니다. 가령 100억 출자하면서, 3개월 이내 150억 이상으로 만들어라 하는 거지요. 투자사는 나머지 금액을 스스로 부담하기도 하고, 다른 출자자를 찾아 메웁니다. "매칭한다" 고 합니다.

  

금년 말까지 조합을 결성해야 합니다. 지금은 펀드 결성에 주력하고 있을 겁니다. 아마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됩니다.


(질문) 한데, 요즘 투자할 만한 우수한 기업이 없다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우수” 의 의미는 당사자에 따라 달라집니다. 고용 창출도 중요하고, 기술개발도 중요합니다. VC에게 “우수하다”는 수익이 높은 가가 첫 번째입니다. 그건 또 (1) 회수될 만큼 성장할 가능성과 (2) 투자조건이 좋은가 로 나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일단 벤처가 IPO, M&A 될 만큼 성장해야 합니다. 대부분 IPO로 회수하는데, 2015년 109개였습니다. 이 정도가 현재 투자와 회수의 평형이었습니다. 상장방법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만, 작년 말에 도입된 테슬라 상장요건으로는 아직 1건도 없습니다.


회수 쪽 보다 투자 재원이 더 빠르게 커졌습니다. 투자 눈높이가 낮아집니다. 덜 우수한 벤처도 대상이 됩니다. 또 괜찮은 업체는 투자 경쟁입니다. 투자조건이 나빠집니다. 이런 점에서 예전보다 우수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질문) 창업하는 인력은 어떤가?


예전엔 인재들이 대기업 핵심회사로 갔습니다. 삼성전자 입사자 중에는 매년 전국 수석급이 있었다 합니다. 지금은 과거와 다릅니다. 가장 우수한 인력들이 의대로 갑니다. 그리고 성장하는 인터넷 기업으로 가거나 창업에 나섭니다.


예전에는 B2B 사업이 많아 성장하는 대기업 출신 창업자가 유리했습니다. 이제는 B2C 창업이 많습니다. 유학파, 컨설턴트, 창업 동아리 출신들이 궂은 분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혁신적인 마인드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요즘 창업자들의 스펙이 더 좋습니다.


(질문) 우수한 기업의 특징, 투자할 때 고려하는 사항은 무엇인가?


일단 누구보다 전문가여야 합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현장 체험이 결합되어야 하고요.


믿을 만해야 합니다. 투자자와 상생하는 마인드가 있어야지요, 본인의 이익만 추구해서는 파트너로서는 탈락입니다. 벤처에서 "성실 실패"는 불가피합니다. 그건 자산으로 기회를 더욱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도덕적 실패를 구분해야 합니다. 창업자들 평판 공유가 필요합니다.


절박해야 합니다. 창업은 어려움이 많습니다. 반드시 해내야 하는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질문) 순수 민간 재원으로 투자하지는 않는가?


비상장기업 투자는 회수기간이 깁니다. 중간에 팔기 어렵습니다. 몇 년 동안은 투자만 해야 합니다. 운용자금이 작으면 투자 건 수, 건당 투자금액이 작아집니다. 기대 수익도 낮아집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투자사가 외부에서 출자받아 큰 조합을 만듭니다. 당연히 투자 전문성을 인정받아야만 가능합니다.


벤처 조합의 평균 수익률은 기대만큼 높지 않습니다. 자금이 장기간 묶입니다. 민간에서는 주로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출자합니다. 후진 양성, 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보탬이 되려는 뜻이 있습니다. 그 외 순수한 민간 출자자가 출자하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대기업 계열 투자사는 그룹 내 출자로 조합을 만들기도 합니다. 전략적 투자 의미가 강합니다.


그래서 정부 출자가 조합 결성에 좋은 기회입니다. 모태펀드 등에서 투자사(운용사)로 선정되면 조합의 50% 이상을 출자받습니다. 조합 결성이 한층 쉬워집니다.


(질문) 창업에서 성공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요?


운입니다.(웃음) 기다린다고 모두에게 오지는 않습니다. 열심히 준비해야 왔을 때 성공합니다. 준비가 안돼 있으면 그냥 지나갑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시장 생태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 수는 없습니다. 바꿀 수도 없습니다. 그러기엔 자본, 인력이 부족합니다. 시장이 변화할 때까지 기다리고, 경쟁력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동영상 강의 시장도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에 성공했습니다. 콘텐츠 업체가 인프라를 깐 게 아닙니다.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차별화되고 경쟁력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핵심에 집중하고 끝까지 버텨내야 합니다. 그럼 운이 따릅니다.


(질문) 공공의 창업지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 가요?


고령화, 정년보장 없는 시대에 창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아졌습니다.


창업 유형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안정성, 지속성이 중요한 생계형 창업이 있습니다. 또 신산업에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혁신형 모험 창업이 있습니다. 투자자는 여기에 투자합니다.


모험 창업에 공평하게 뿌리는 지원은 자유 경쟁을 방해합니다. 변화 속도를 늦춥니다. 전체 경쟁력을 떨어뜨립니다. 성공과 실패 자체는 시장에 맡겨야 합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좋은 기회를 찾아야 하는데, 실패한 기업들이 잡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기업들은 인력난이고요. 건전한 경쟁과 전체 생태계를 망칠 수 있습니다.


중국에 비하면 인력도 적습니다. 글로벌 벤처가 나오려면 생태계가 역동적이어야 합니다.


(질문) 학생창업에 대한 생각은? 또 초기 기업 투자가 적다고 하는데요.


다양한 사회경험 속에서 깊이 있는 창업 아이템이 나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학생들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건 교실에서 가르쳐서 나온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생이건 사회인이건 상관없이 실제 경험에 기반한 창업을 좋아합니다.


벤처투자를 투자기업의 업력으로 나누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초기는 여전히 초기입니다. 공공기관에서는 뭐라도 기준이 필요하겠지요. 차라리 최초 발굴이냐, 이전에는 다른 투자자가 없었던 기업에 투자하는 걸, 초기 투자라 정의하는 게 좋다 생각합니다.


(질문) 창업투자회사 많아질 것이라고 하는데요.


많이 생길 것 같습니다.


이미 시장에 안착한 투자사들이 여전히 유리합니다.  실제 2000년부터 약 50개 투자업체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나머지 업체들이 생겼다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신생 투자사들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새로운 개념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투자자도 혁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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