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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출장 2박3일.(1) 워크샵

by 고병철 Oct 15. 2018

10월 9일 화요일 선보엔젤 센텀 오피스에서 선보엔젤파트너스(이하 선보엔젤),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이하 라이트하우스)이 함께 워크샵 하기로 했다.  다음날은 라운드테이블 행사를 하기로 했다. 


워크샵은 9시부터. 그 시간 맞춰 서울서 새벽에 내려가는 게 엄두가 안 난다. 그냥 월요일 가자고 직원들 한테 제안했다. 주간회의하고 알아서 부산행. 선보엔젤 월간회의 참석하러 새벽 기차 타신 분도 있고, 점심 즈음에 출발한 분도 있다. 나는 저녁 시간에 맞춰갔다. 숙소는 해운대역 근처, 회식은 광안리에서.


화요일. 나는 출장 일과를 동네 산책으로 시작한다. 해가 살짝 뜬 아침 해운대. 등대야 반갑다. 백사장을 따라 동백섬까지 걸었다. 바다 수영하고 1.5리터 생수로 가볍게 샤워하는 분들, 캐리어를 끄는 관광객, 조깅하는 외국인. 해운대는 해운대다. 

호텔 옆 스타벅스. 8시에 모여 같이 가려고 했다. 늘 그렇듯 내가 늦었다. 직원들은 지각을 안 한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빵 하나, 바나나 한 개로 아침하고 센텀 오피스로 출발. 


8시 반쯤 도착. 로비에서 선보엔젤 직원들 만나 반갑다. 28층으로. 가방 둘 자리를 찾는데 회의실에선 최 대표, 오 대표, 고이사가 싱가폴과 화상회의 중. 센텀 오피스를 둘러봤다. 동백섬이 보이고, 광안대교가 보인다. 바깥 전망은 참 좋다. 안은 전쟁이다. 워크샵은 빽빽하다. 30분 단위로 일정이 있다.



라이트하우스 심사역이 투자유치시 고려사항을 정리했다. 지난여름 우면동 사무실에서 서넛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모셨다. 선보엔젤 포트폴리오. 시리즈A 를 앞두고 있었다. 프리 밸류, 포스트 밸류가 뭔지, 사업계획에 대해서도 의견을 드렸다. 시리즈A 패키지라는 과정이다. 여기에 라이트하우스 심사역 관점에서 어떻게 보는지 말씀드렸다. 그 내용을 정리해 선보엔젤 심사역들 전체 공유했다. 이렇게 저렿게 두 회사가 협업하는데, 그런 내용도 정리했다. 코웍을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도 이야기하고..


선보엔젤은 글로벌 확장 중이다. 많은 것들이 시도되고, 결과를 하나씩 둘씩 만들고 있다. 

몇몇은 상해, 심천을 둘러보고 왔다. 출장 중 매일 생생한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 방문기를 보내왔던 팀도 다시 요약했다. 싱가폴 직원과 화상 연결해 진행사항을 공유했다. 실리콘 밸리 출장 내용도 재미있는 그림으로 보고했다. 이 내용들은 계속 업데이트된다. 독일에서 방문했던 창투사는 이번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러 오고 있는 중이었다.



점심시간이 별도로 없다. 샌드위치 먹으면서 진행했다. 서브웨이 샌드위치가 참 맛났다. 이미 뇌는 과부하, 이때 입으로 뭔가 들어오니 꿀맛이다.


사내 워크샵 세션이 끝났다. 시간 맞춰 버스가 왔다. 오후는 진례로 이동해 야외 워크샵이다. 요즘 버스 뒤쪽에 타면 어지러웠다. 그래서 세 번째 정도, 앞쪽에 앉았다. 젊은 직원들은 뒤쪽이고, 경영진들은 앞쪽이다. 이렇게 편이 갈리나..나도 짱박힐 때가 엊그제 같은데, 쩝.


진례는 김해시다. 단감으로 유명한 진영과 바로 이웃이다. 회장님 단감 과수원이 있다. 감농사가 별로라, 공원으로 꾸미셨다. 일단 잔디가 좋았다. 빽빽하고 이쁘게 잘 깎은 걸 보니 전문가 솜씨다. 전동 머신이 있는 게 틀림없다. 넓은 이곳을 우면동 수동 머신으로는 어림없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시원했다.



오후 일정은 그룹 토의다. 글로벌화, 협업, 스타트업 육성 등. 바람직하게도 주최 측은 한없이 무성의했다. 미리 짠 그룹 편성이 없었다. 주제 지정도 없었다. 정해진 장소도 없었다. 우왕좌왕할 것 같은 직원들(?)은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이내 자율 모드로. 넓은 잔듸밭에 알아서 그룹을 지었다. 



한쪽에선 그네를 탔다. 나는 선보엔젤 고이사한테 배드민턴 라켓을 건넸다. 가만히 있는데 고이사는 뛰어다녔다. 랠리를 마치고 다른 매치가 이어졌다. 남녀 매치, 가나-키르키즈스탄 매치. 슬라브 인턴은 매치가 지날수록 실력이 막 성장한다. 22살 젊은 게 좋다. 서넷은 바람이 적당히 빠진 축구공을 주고받았다. 상당히 격렬했는지 말들이 많았다. 멀어서 무슨 대화를 했는지 알 수 없었다. 말과 웃음이 마구 섞였다. 한쪽엔 무리들이 지켜보며 추임새를 넣었다. 허우적인 지 허슬플레이인지, 몸을 날리는 동료들을 웃음으로 격려했다. 무관심한 담소, 무균 야유, 양념 같은 조롱도 섞였다. 응원은 한없이 가벼웠다.




5시. 서브웨이 샌드위치는 역할을 다했다. 눈알이 두개골 속으로 살며시 들어오려고 한다. 이때 하얀 식탁보로 이어진 테이블에 먹을 게 놓여졌다. 맨 끝에서부터 자리를 차지했다. 명당이다. 예전에 나도 즐겨 찾던 자리다. 이제 나에게 명당은 없다. 나하고 먼 자리가 명당이니. 쩝.




회장님 최고다. 센스 있는 조기 퇴장. 이제 먹고 마시는 모드로 돌입. 먹거리로 배을 채웠고, 마실거리가 한두 잔 들어갔다. 맹숭해질 때쯤 나오는 건배사 재창. 이어졌다. 새신랑이 한번 하고, 최근 입사자가 한번 하고, 가나 사람 도 하고, 키르기스스탄 인턴도 했다. 영어로, 중국어로, 러시아어가 나왔다. 자발적인(?) 파도가 두 번 돌았다. 라이트하우스 최근 입사자가 지난 3개월이 3년 같았다 했다. 이런 안타까워라. 달려가 그냥 러브샷 했다. 



건배사 그거 지키지 않아도 한 개도 섭섭하지 않다. 뻔히 알지만, 혹시나 소외감 느낄까 하는 지나친 배려심으로, 밋밋하지 않게 티 나지 않게 한 명씩 지명하는 머릿속도 복잡하다. 건배 제의 나중에 하는 사람도 스트레스다. 이왕 하는 거 멋있게 하고 싶은데, 알만한 건 앞에서 다 해버렸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뻔뻔함. 한번 해보겠습니다 설레발치는 분이 없나 찾아본다. 지명하는 자, 지명받는 자, 양쪽 다 창의력 게임이다. 하여간 좀 더 알아가자. 그럼 나의 창의력은 더 높아질 거다. 


그렇게 진례의 저녁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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