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황이면 공부한 시간이 많을수록 성적이 좋다. 분당에서 대치동 학원을 다니는 수험생은 하루 1시간 넘게, 왔다 갔다 하는 데 보낸다. 만약 이동시간이 없다면, 1년 360시간, 즉 15일을 더 공부할 수 있다. 등급이 달라진다. 시간의 중요성.. 속도가 생명인 벤처기업에서도 수험생 못지않다.
사장님은 늘 바쁘셨다. 실제 정말 바빴다. 은행 가서 대출 상담도 하고, 영업도 하고, 회계자료도 검토하고, 제품 생산도 체크하고, 상품선물을 보고 구리, 알루미늄, 주석 등 원재료도 사고, 회계자료도 검토하고,,, 직접 설계하신 회사 마당 잔디밭 풀도 뽑고, 연못에 물고기 밥도 주고. 저녁엔 거래처 분들과 저녁도 드셔야 했고….
사장님은 회사의 모든 일에 직접 관여하고, 결정을 내리셨다. 그러기 전까지 외부에는 어떤 자료도 나갈 수 없었다. 자료를 요청드리면 기일을 넘기기 일쑤였다. 담당자의 부주의를 이야기하시며, 몇 번이고 미안해하셨다.
재무, 관리 부문이 자주 바뀌었다. 결산을 두 번 한 담당자가 없었다. 회계법인도 답답해했다. 히스토리를 몰라, 회계사가 과거 결산 처리 내용을 이야기해줬다. (회계법인은 투자할 때 재무실사와 이후 7년 동안 감사를 했다.) 매번 결산이 늦었고, 정기주총도 정관에 정해진 기일을 넘기기 다반사였다. (이건 정관 위반이고, 이사들은 업무 태만으로, 해임돼도 할 말 없다.)
사장님은 직원이 못 미더웠고, 믿고 맡길 직원이 없다 했다. 역량 있는 분을 뽑으라고 권하면, 월급만 많이 줄까 걱정했다. 답답한 노릇이다. 누구를 추천할 수도 없었다. 대우도 낮고, 권한도 없으니..
재무. 관리 부분은 축구에서 포백 중에서도 중앙 수비수라 할 수 있다. 그 자리가 허술하니, 답답한 스트라이커가 매번 후방까지 내려왔고, 다시 공격하려 뛰어갔다. 늘 “바빠 죽겠다.”.. 그럴 수밖에
아니카 프라 곳은 마크 저커버그의 비서였다. 연봉 13.5만 달러, 보너스 30%, 여기에 스톡옵션을 받아 “먹고사는데 걱정은 없다.” 고 한다. 그녀의 일은 저커버그의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 주커버그의 생산성을 생각하면 그만한 대우,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벤처에서 사장님의 시간은 최고의 자산, 가장 잘하시는 분야에 쏟아야 한다. 그래서 다른 부분을 커버해 줄 파트너, 팀이 필요하다. 그분들이 잘해주면 사장님은 더 많은 시간을 벌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속도가 가장 큰 무기다. 그렇게 팀을 구성하는 것, 그것이 사업의 시작이다.
* 투자심사로 몇 개월 동안 볼 때는 그게 사장님의 꼼꼼함, 신중함으로 보였다고 변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