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사연을 모르면 막무가내

by 고병철

산타의 계절, 연말이면 모임도 많다. 하루하루는 같은 데, 모아서 단락을 만드니, 지금이 올해의 끝이고, 내년의 시작이 다가오고 있다.


회사에서는 년간 실적을 마무리하고 있고, 상장기업에서는 배당(예정) 공시도 나오는데, 배당을 받으려면 폐장일 하루 전날인 12월 29일에는 주식을 사야 한다. 배당기준일 하루만 주주여도 같은 배당금을 받는다. 기간 수익률로 따지면 엄청나다. 하지만, 시장은 만만하지 않다. 그만큼 배당락이 발생하니까.


상장되지 않는 벤처기업에서 배당은 어떻게 되나? 1년 전에 투자한 주주나 12월 하순에 주주가 된 투자자, 모두 1년 치 배당을 가져가는가? 이런 아리송한 건에는 나름의 합리적인 논리와 주장이 있는 “갑설”, “을설”.. 그리마 나온다.


투자받아 성장하는 벤처한테 무슨 배당이냐 하겠지만, "벤처 투자” =“우선주”에는 “우선배당” 이 있고, 지금 배당을 않더라도 “누적적” 일 경우 차곡차곡 쌓인다.


배당가능 이익이 있다면 바로 고민이다. 크던 작던, “돈” 이란 게 미묘해서, 가뜩이나 항상 자금이 걱정인데, “뭐가 정의인지”로 옮겨가면 큰일이다. 서로 “잘 몰라서 나만 손해 보는 건 아닌지", “을”로서 또 양보해야 하나…이런 게 하나씩 쌓여간다. 감정적 소모다. 사실 우선배당은 대부분 크지도 않아, 기준이 있다면, 굳이 불만을 가질 거리도 못된다.


그래서 계약서에 이런 내용이 있다. “우선주의 초년도 배당기산일은 우선주 발행일이 속하는 직전 영업 연도 말에 주주가 된 것으로 보고 배당금을 계산한다” , “투자기업은 배당가능 이익이 있는 경우 매년 배당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 당연한 걸 왜 쓰냐고 하지만, 상대편에는 그렇지 않을 합당한 여지도 있다. 이렇게 미리 정해 놓으면 시간과 감정적 소모가 줄어들고, 본업에 충실할 수 있어 모두 윈윈이다.


깊은 산 고개고개마다 전설이 남아있듯, 계약서 구절구절마다 사연이 담겨 저 있다.


계약서를 협의하기 위해 대전으로 간 적이 갔다. 점심 자리를 물리고 넓은 일식집 테이블에 쫙 펼쳐놓고, 엔지니어 출신 사장님과 저녁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합리하다 생각하시는 부분, 하나하나를 다 이야기하셨고, 경우를 들어 다시 말씀드리고, 염려를 듣고 수정도 하고, 이해도 구했다.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투자 계약서 자체가 스트레스다. 호랑이 조항은 이미 합의되었다. 호랑이로 보이는 고양이가 문제다. 고양이는 고양이일 뿐이다.


계약은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 그렇다고 짧다고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정의되지 않은 부분에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해 나가는 것 자체가, 벤처에서는 가장 소중한 자산인 시간을 잡아먹는다. 가뜩이나 이해관계 조정,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계약서, 정독해야 한다. 심사역은 특히, 구절구절 그 사연을 유추할 수 있어야, 편집할 능력이 생긴다. 아니면 무식한 “갑”, 막무가내가 되기 십상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4. 신뢰의 기반은 노력